
게임이용장애를 독립된 질병으로 분류할지 판단하려면 단순히 문제 이용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넘어 독립 질환으로서의 실체성과 측정 타당성, 인과관계, 질환 경과, 임상적 유용성, 사회적 비용·편익을 단계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최근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제45권 제4호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는 어떻게 결정되어야 하는가: 반증가능성에 기반한 의사결정 나무 접근'을 발표했다.
연구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논의를 찬반 입장보다 '어떤 증거가 확인됐을 때 기존 판단을 유지하거나 바꿀 것인가'라는 판단 규칙의 문제로 접근했다. 반대되는 증거가 확인되면 기존 결론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반증가능성'을 적용해 의사결정 나무를 제안했다.
이 소장은 게임 이용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존재하고 이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게임이용장애를 독립된 질병코드로 분류해야 한다는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임상적 지원 필요성만으로 별도 질병코드의 타당성이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연구가 제시한 판단 조건은 모두 여섯 가지다. 우선 우울·불안·가족갈등 등 공통 취약요인을 통제한 뒤에도 게임이용장애가 추가적인 기능손상을 설명하는지 확인해 '독립 질환 실체성'을 검증해야 한다.
이어 서로 다른 진단 기준과 측정도구를 동일한 사람에게 적용했을 때 결과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살피는 '측정 타당성', 게임 관련 문제와 기능손상 사이의 영향을 시간에 따라 확인하는 '인과관계'를 검토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게임에 강하게 몰입하는 상태와 구분되는 지속·재발 경과가 나타나는지도 판단 대상이다. 연구는 이를 검증하기 위한 종단 연구 기간으로 3~5년을 제안했으며, 이는 진단을 위한 최소 지속기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명시했다.
독립 질병코드를 운영할 경우 기존 증상이나 공존질환 중심 지원보다 추가적인 회복 효과가 있는지를 따지는 '임상적 유용성'과 공중보건상 편익이 낙인이나 자원 배분 왜곡 등 사회적 비용보다 큰지를 확인하는 단계도 포함했다.
의사결정 나무는 이들 조건을 위계적으로 연결한다. 독립 질환 실체성이 충족되지 않으면 하위 특성이나 위험요인으로 재분류하고, 측정·인과·경과 가운데 두 개 이상에서 미충족 결과가 반복되면 잠정 범주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앞선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독립 질병코드 운영이 추가적인 임상적 이득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질병코드보다는 심리사회적 개입 중심으로 서비스를 설계하도록 했다. 사회적 비용이 편익보다 반복적으로 크게 나타날 경우에는 질병코드의 정책적 활용을 엄격한 임상 상황에 한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연구 부족이나 결과가 불확실한 경우는 '미충족'과 구분해 판단을 유보하도록 했다. 동시에 질병 분류의 타당성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어려움을 겪는 개인에 대한 임상적 지원은 계속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소장은 현재까지 축적된 문헌을 여섯 조건에 비춰 검토한 결과, 현 단계에서는 게임이용장애를 독립 질환 범주로 코드화할 근거와 별도 코드 운영이 가져오는 추가적 실천 이득이 충분히 안정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를 확정적인 반대 결론으로 제시하기보다는 향후 새로운 증거에 따라 판단을 수정하기 위한 잠정적 평가라고 설명했다.
임상 효과를 평가할 때도 게임 이용시간이나 증상 점수 감소만 볼 것이 아니라 삶의 만족도와 대인관계, 학업·직업 기능 회복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게임 특화 개입이 효과를 보였다는 사실과 독립 질병코드를 운용할 필요성 역시 별개의 문제로 구분했다.
향후 연구 과제로는 대규모 종단 연구와 동일 표본에 여러 진단 기준을 적용하는 측정 연구, 게임 특화 개입과 일반 심리서비스의 장기 비교, 질병코드화 이후 낙인과 의료·복지 자원 배분 변화 추적 등이 제시됐다.
이 소장은 이번 의사결정 틀이 향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검토 과정에서 게임이용장애의 분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 연구 의제를 구체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