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이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피지컬AI·AI데이터센터)' 성공의 핵심 조건으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육성과 구조적인 인력난 해소를 꼽았다. 메가프로젝트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1600조원 규모 역점 사업이다.
문 차관은 21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제287회 한국공학한림원(NAEK) 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이 두 가지 과제는 정부 혼자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공학계 석학들의 적극적인 지혜와 협력을 호소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평택 외에 추가 팹(Fab) 부지를 검토한 끝에 서남권(호남권) 군공항 인근을 고대역폭메모리(HBM) 제2 생산 거점으로 결정했다”며 “이는 수도권의 전력·용수 한계를 극복하고 폭발적인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두 기업이 치열한 투자의사 결정을 내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메모리 반도체의 눈부신 성과 이면에 가려진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분야의 척박한 현실을 우려했다. 그는 과거 반도체과장 재직 시절을 회상하며 “당시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관련 인력이 1년에 1000명 수준일 때 중국은 반도체를 국가 3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해 10만명씩 쏟아냈다”며 “현재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계의 활력은 오히려 수년 전보다 반토막이 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할 핵심 열쇠로 팹리스 전용 '상생 파운드리' 구축을 제시했다. 문 차관은 “수요가 있어야 파운드리가 생기고, 파운드리가 있어야 발주할 수 있는 '닭과 달걀'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정부가 자금을 풀링(Pooling)하고 선도해 시장의 실패를 보완해야만 차세대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전반의 구조적인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공학계 석학들의 지혜를 구했다. 문 차관은 “반도체 분야는 어떻게든 10만명 인력을 채운다 해도, 저출생과 외국인 고급 인력 유치의 한계 속에서 다른 첨단 산업의 인력난은 절대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한국의 산업 구조 방향이 과연 이대로 지속 가능한지, 공학한림원이 큰 틀에서 해법을 함께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문 차관의 기조연설에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실무 책임자들이 발제자로 나서 AI 데이터센터 및 피지컬 AI 육성 방안, 대규모 전력망 확충 전략 등을 공유하며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한 부처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홍순국 한국나노융합산업협회 회장의 진행 아래 메가프로젝트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전력망'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윤제용 서울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박종배 대한전기학회 회장(건국대 교수)과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가 패널로 참석해 대규모 전력 인프라 확충과 지속가능한 프로젝트 추진 전략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펼쳤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