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약물' 이르면 내년 1분기 도입…의료계·여성계 등 의견 엇갈려

정부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에 임신중지 약물을 국가 의료체계 안에 정식 도입키로 했다.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임신 9주 이내 여성이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의료계와 여성계, 종교계 등은 정부 결정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

성평등가족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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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조치는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에 추진하는 제도 개선이다. 정부는 그동안 음성적으로 유통되던 임신중지 약물을 국가 관리체계에 편입해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을 보호할 방침이다.

현재 식약처는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에 대한 수입 품목허가를 심사하고 있다. 미프진은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이 개발했으며, 현대약품이 2021년 국내 판권을 확보하고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 12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위해성 관리계획 등에 대한 보완 절차를 거치고 있다.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임신중지에 사용하는 필수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신준수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허가 심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위해성 관리계획 등 일부 보완이 필요한 상태”라며 “업체가 보완과 수입 절차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전제 아래 내년 1분기 도입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약물 도입 후 2년 동안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과 조제를 원칙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안전성과 부작용을 점검한 후 조제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년 안에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거나 안전성 우려가 확인되면 원내 조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의료기관 밖 약국 조제를 제한한 것은 현행 법체계를 고려한 조치다.

곽순헌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의 자기낙태죄 관련 조항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약사는 현행 형법상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는 법무부 유권해석이 있어 우선 의사 직접 조제 방식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처방 의사의 자격과 구체적인 진료 절차는 의료계 협의를 거쳐 마련하게 된다. 산부인과 전문의로 한정하기보다 임신 여부와 주수, 자궁외임신 가능성, 약물 투여 금기 사유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기준으로 삼을 방침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그동안 제도 미비로 안전하게 의료체계에 접근할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다”며 “국가 의료체계 안에서 안전한 임신중지가 이뤄지고 여성의 사회경제적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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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정부 결정에 대해 의료계는 우려를 표시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은 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물 도입을 추진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하며, 임신중지 약물이 도입되더라도 현장에서 사용하려면 실질적인 안전관리체계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여성단체들은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침을 환영하면서 허용 시기와 접근성 등에서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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