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토큰증권, 이제는 시행일에서 역산할 때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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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해외에서는 토큰화의 적용범위가 조각투자를 넘어 기존 금융상품과 기관금융으로 확대되고 있다. 홍콩 정부는 2024년 홍콩달러·위안화·미달러·유로 4개 통화로 약 60억홍콩달러(약 7억7000만달러) 규모의 디지털 그린본드를 발행했고, 2025년 11월 세 번째 발행 규모는 100억홍콩달러(약 13억달러)로 확대됐다.

청약은 1300억홍콩달러를 넘었고, 홍콩달러와 위안화 트랜치에는 e-HKD와 e-CNY 등 토큰화된 중앙은행 화폐로 결제하는 선택지가 처음 도입됐다. 토큰화의 범위가 발행에서 결제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Project Guardian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MAS는 2024년 11월 당시 여러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6개 통화에 걸쳐 15건이 넘는 산업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채권·펀드·외환 등 기존 금융시장의 자산과 인프라를 토큰화 기술과 연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준비는 어디까지 왔나. 법률이 마련됐고, 발행인계좌관리기관과 분산원장 이용에 관한 기본적인 법적 구조도 만들어졌다. 협의체를 통해 발행·유통·기술·결제의 주요 정책과제가 식별됐고, 기존 신탁수익증권 조각투자 시장에서는 발행과 유통에 관 한 제도권 인가체계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방향은 상당 부분 구체화됐다.

이제 남은 것은 논의의 폭이 아니라 확정의 속도와 구체성이다. 하위규정이 공개된다고 시장이 곧바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사업자는 상품구조를 확정하고 시스템을 개발·수정해야 하며, 금융회사와 인프라기관 사이의 연계 테스트와 보안점검, 내부통제 절차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시행일까지 남은 달력상의 기간과 사업자가 실제 준비에 쓸 수 있는 기간이 같지 않은 이유다. 7월을 목표로 했던 규칙이 8월 중순까지 공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의 무게도 여기에 있다. 시행일에서 역산하면 하위법규의 우선순위가 드러난다. 먼저 기초자산 적격성, 가치평가, 공시와 풀링 등 상품을 설계할 수 있는 규칙이다.

다음은 발행인계좌관리기관의 세부 등록기준과 분산원장 기술요건 등 증권을 안전하게 발행하고 관리할 규칙이다. 이어 장외거래소의 인가체계와 겸영범위, 투자자 거래한도와 시장감시 등 실제로 거래할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시스템 장애와 오류정정, 결제연계와 복구절차 등 사고가 발생해도 권리와 시장운영을 지킬 수 있는 실무기준이 뒤따라야 한다. 이 우선순위는 필자가 제안하는 준비순서이며, 기존 정형증권의 토큰화와 본격적인 온체인 결제는 이 기반 위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2027년 2월 4일의 목표를 '토큰증권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날'에 둘 이유는 없다. 제도 시행의 성패는 실제 상품의 발행과 권리관리가 가능한지, 투자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할 수 있는지, 발행·유통·결제의 각 단계가 안정적으로 연결되는지로 판가름난다.

블록체인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토큰증권의 경쟁력도 얼마나 새로운 자산을 토큰화했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좋은 자산과 자금수요자를 자본시장에 연결하고, 발행과 권리관리, 거래와 결제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신뢰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시행일에서 역산해야 한다. 발행사에는 어떤 상품을 만들 수 있는지가 보여야 한다. 증권사에는 어떤 시스템과 인력에 투자해야 하는지가 보여야 한다.

장외거래소에는 어떤 상품을 어떤 투자자에게 어떤 규칙으로 거래시킬 수 있는지가, 인프라기관에는 어떤 원장과 결제체계를 구축해야 하는지가 보여야 한다. 투자자에게는 자신이 어떤 권리를 취득하고 어떤 정보와 보호를 받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2027년 2월 4일은 토큰증권 시장의 완성일이 아니라 출발일이다.

그 날 시장 참여자들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을지는 남은 기간의 준비에 달려 있다. 법제화에서 시장화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대가 아니라, 시장이 투자와 개발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하위규칙이다. 그 규칙이 늦어질수록 2027년 2월 4일은 출발일이 아니라 또 하나의 준비 시작일이 된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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