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산업 및 기업에 가장 중요한 관심 사항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이다. 특히, AI의 확산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현대자동차가 설립된 이후, 1억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약 57년이 소요됐지만, 생성형 AI인 챗GPT는 1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불과 한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에 많은 기업이 AI 도입과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기업·산업의 AI 전환은 기업 혼자만의 역량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주체들의 AI 역량이 함께 발전하고 서로 연계될 때, 기업과 산업의 AI 전환도 효과적으로 실행된다. 즉, 기업이 속한 혁신 생태계에서 공급자, 대학, 정부 및 공공기관, 금융기관, 소비자, 연구 기관 등 다양한 참여자의 AI 적응 역량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이러한 생태계 전체의 변화가 뒷받침될 때, 기업 및 산업의 AI 전환과 AI의 가치가 온전히 구현될 수 있다.
하나의 예로, 전자신문 자료 등을 활용한 AI 기반 한국의 자동차 산업 시스템 전환에 관한 미래 예측 연구는 자동차 산업 관련 다양한 주체들 간의 AI 적응 역량을 조사하고, AI 발전에 따른 적응 역량의 변화를 예측했다. 여기서 AI 적응 역량이란, AI가 가져오는 변화에 따라 혁신 생태계의 참여자들이 자신의 기능과 역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이를 통해서, AI 및 관련 지식을 활용하고, 관련된 다양한 지원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래 예측 결과,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참여자 간에 AI 적응 역량에 차이가 존재하며, 이러한 역량의 차이는 산업 내 AI 전환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대자동차 및 기아와 같은 일부 대기업과 AI 공급기업의 AI 적응 역량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중소기업과 정부 및 공공기관의 역량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러한 불균형 현상은 비단 한국 자동차 산업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닐 것이다. AI가 산업의 가치사슬과 역할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는 제약 산업에서도 AI 신약 개발 전문 기업과 기존 제약기업 및 공공기관 간 역량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부가 AI 대전환을 통해서 세계 3대 AI 강국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적극적 정책 지원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현재 정책에 기업이 속한 생태계에 대한 인식은 존재하지만, 생태계 참여자들의 전반적인 역량 변화를 다루는 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공공기관의 AI 역량은 연구개발 혹은 기술을 직접 담당하는 기관 및 부서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전 부처와 공공기관 전반의 AI 적응 역량이 함께 높아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도 AI 적응 역량의 격차가 커지지 않도록 균형을 이루고, 같은 방향으로 협력하며 발전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민간기업, 정부, 대학, 연구 기관, 소비자 및 시민 기관 등 혁신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의 AI 대처 능력이 균형적으로 함께 발전해야, 산업 전반에 AI 전환을 가로막는 병목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AI 관련 정책은 혁신 생태계 참여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AI 발전에 맞게 재정립할 수 있게 돕고, 역할에 필요한 AI 적응 역량을 균형 있게 높이는 방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산업별 나누어져 있는 AI 대응 거버넌스가 유기적으로 작동해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 생태계는 다양한 사회적 기능이 조화롭게 움직이고, AI 기술 변화를 참여자들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변화에 공동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종석 차의과학대 초빙 조교수 gabriel.jongseok.kim@c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