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했다. 국민 부담을 늘리지 않는 대신 지출 효율화와 보험료 수입 기반 확충으로 중증·희귀난치질환자 등 197만명에 대한 보장성 확대 재원을 마련한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가운데 법정 기준에 못 미치는 국고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과 '건강보험 보장 1단계 혁신방안'을 의결했다.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율은 올해와 동일한 7.19%를 유지한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부과점수당 금액도 211.5원으로 동결했다. 건강보험료율은 2024년과 2025년 7.09%로 동결한 뒤 올해 소폭 오른 7.19%가 적용됐다. 내년 다시 동결되면서 가입자의 추가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
정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와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 따른 지출 수요에도 불구하고 현재 재정 여력이 보험료율을 동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2차관은 “건강보험 재정이 최근 5년 연속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말 기준 준비금도 30조2000억원으로 약 3.5개월치 급여비를 보유하고 있다”며 “내년 건강보험 정부지원금이 올해보다 약 1조1000억원 늘어나는 점도 고려했으며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기업 실적과 임금 상승으로 직장가입자 보험료 수입이 증가할 가능성도 이번 결정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증·희귀난치질환, 중증 당뇨병, 재택치료, 치과 진료를 중심으로 197만명에게 연간 6000억~800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우선 희귀질환과 중증난치질환 산정특례 대상자 136만명의 본인부담률을 12월부터 현행 10%에서 7%로 낮춘다. 2028년 상반기에는 5%로 추가 인하한다. 이에 따라 환자 1인당 연평균 본인부담은 현재 75만원에서 내년 53만원, 2028년 39만원으로 줄어든다. 연간 22만~36만원 절감이 예상된다.

혈액응고인자 치료에 연간 1350만원을 지출하는 혈우병 환자의 경우 12월부터 부담액이 945만원으로 줄어든다. 2028년 상반기부터는 현재의 절반인 675만원까지 낮아진다. 여기에 연간 3000억~5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
희귀·중증난치질환 산정특례 재등록 절차도 간소화한다. 지금까지 312개 질환 환자 약 34만명은 5년마다 재등록할 때 임상진단 외에 별도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했다. 앞으로는 검사 결과가 없어도 임상진단과 치료 이력을 토대로 재등록할 수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은 현행 240일에서 최대 100일 이내로 단축한다.
중증 당뇨병 지원 기준은 당뇨병 유형에서 췌장 기능과 중증도 중심으로 바꾼다. 중증 2형 당뇨병 환자 약 1만1000명이 새롭게 혜택을 받는다.
췌장장애 환자의 인슐린 자동주입기 본인부담률은 연령과 당뇨병 유형에 관계없이 10%로 낮춘다. 연속혈당측정기 본인부담률도 췌장장애 환자는 10%, 성인 췌도부전 환자는 20%로 조정한다. 1형 당뇨병 환자는 연간 36만원, 중증 2형 당뇨병 환자는 418만원의 부담을 덜 것으로 예상된다.
19~34세 청년층의 인슐린 자동주입기 지원 기준금액은 17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올린다.

내년 1월부터 치과 보장도 강화한다. 치아가 하나도 없는 65세 이상 환자에게 임플란트 2개를 지원해 약 7만명이 1인당 228만원 혜택을 받는다.
정부가 편성한 2027년 건강보험 국고지원 예산은 일반회계 11조8000억원에 국민건강증진기금 2조원을 더한 13조8000억원이다. 올해보다 1조1000억원 가량 늘었지만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4%에 그친다.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상 지원 기준으로 거론되는 20%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편 이날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과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국고지원을 법정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반발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