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TV 리퍼로 역수입…반값 유통에 브랜드·AS 사각지대

국내에 제조사가 품질을 보증하지 않는 해외 리퍼TV가 역수입되고 있다.

수입업체들이 삼성전자·LG전자 멕시코 공장 등에서 생산한 TV를 제조사 인증없이 별도의 전파인증을 받아 주요 유통채널에서 판매하고 있다. LCD TV뿐만 아니라 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까지 다양하다. 사후서비스(AS)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쿠팡과 11번가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 뿐만 아니라 전자랜드, 롯데온 등 온라인몰을 통해 '미사용 리퍼' TV가 대대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LG전자 베스트샵에서 공식 판매가 377만원의 OLED65C4 스탠드형 제품을 미사용 리퍼샵에서는 164만8820원에 판매한다. 51.4% 저렴한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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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이들 제품은 제조사의 공식 제품 설명과 국가 기관 인증, 생산물 배상책임보험서비스 가입 등을 제시한다. 하지만, 실상은 제3자 개조품이다. '해외병행 수입제품'이라는 설명을 제품 소개 하단에 간략히 언급하고 있는 게 전부다.

리퍼 제품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리퍼비시 시장이 상당 규모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리퍼 제품은 제조사의 인증을 전혀 거치지 않은 제품이다. 소수의 수입상이 자체 개조한 제품을 삼성전자과 LG전자라는 상표만 부착한 채 판매하는 구조다.

국내에 판매되는 제조사 미인증 리퍼TV 대부분은 수입업체가 삼성전자나 LG전자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 가운데 반품 등의 이유로 쌓여있는 재고를 염가에 구입, 자체 부품으로 교체해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변심이나 박스손상 등을 이유로 반품된 제품이라지만 진위 확인은 불가능하다. '새 패널 교체', '로컬변경 완료'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주요 부품이 얼마나 교체됐는지 여부도 확인이 어렵다.

이렇다 보니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제조사로부터 정식 AS를 받을 수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같은 방식의 역수입 제품에 대해서는 AS를 제공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판매 후기 댓글란에는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각종 불만이 가득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규모가 아직 크지 않고 공식 제품이 아닌 만큼 별도 대응을 하지 않는 단계”라면서도 “상표권 등을 문제 삼을 소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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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유통 형태별 차이

문제는 앞으로 리퍼비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과거 저가 중고제품 시장으로 취급됐던 리퍼비시가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코히어런트마켓인사이트는 올해 글로벌 리퍼비시 전자제품 시장 규모를 682억달러(약 94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2033년에는 1364억달러로 두 배 가량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리퍼비시 시장이 확대될 경우 현재와 같은 음성적 유통 구조는 결국 제조사의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신뢰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제조사가 공식 유통·AS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소비자는 제품 외관의 삼성전자·LG전자 브랜드와 실제 품질보증 주체를 구분하기 어려워질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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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는 LG전자 65인치 OLED C4 '미사용 리퍼' 제품. 판매가는 175만9000원, 최대혜택가는 164만8820원으로 표시돼 있다.

업계에서도 향후 리퍼시장이 제도권으로 진입할 경우를 대비해 제품 등급과 수리 이력, 부품 출처, 품질보증 주체를 명확히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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