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2026]중국 가전 공세에 '에너지 효율·수명'으로 방어나선 유럽

중국 가전기업이 제품군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파고드는 가운데 유럽 기업은 에너지 효율과 제품 수명으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판매량 확대보다 제품을 오래 사용하면서도 전기료와 유지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시장 방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밀레는 IFA 2026에서 공개한 신형 세탁기와 건조기에 최고 에너지효율 등급인 A등급을 적용했다. 모터에 25년 보증을 제공한다. 카메라와 인공지능(AI)으로 식기의 종류와 적재량을 파악해 세척 과정을 조절하는 식기세척기 'G8 다이아몬드'도 처음 공개했다. 세척 성능 뿐만 아니라 세제와 물·전력 사용량을 실제 적재 상태에 맞추는 방식이다.

악셀 크닐 밀레 마케팅·영업 총괄은 “지능은 프로그래밍할 수 있지만 신뢰는 얻어야 한다”며 “AI가 점차 표준이 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자신의 세탁물을 기술에 맡길 수 있느냐다. 품질과 신뢰성, 127년의 경험이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지멘스도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한 일체형 세탁건조기 'iQ700'을 내놨다. 세탁과 건조를 합친 기준으로 A등급을 충족한다. 세탁 기능만 가동할 경우에는 A등급 기준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20% 줄인 것이 강점이다. 11㎏ 세탁기와 6㎏ 건조기를 표준 크기 제품 하나에 결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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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는 스마트홈 온도조절기와 히트펌프를 연결해 실제 난방이 필요한 방을 기준으로 열 생산을 조절하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제품 한 대의 효율을 높이는 데서 나아가 주택 전체의 에너지 사용량을 관리하려는 접근이다.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의 가전 수요는 위축된 상태다. 독일가전통신전자협회(GFU)에 따르면 상반기 독일 대형가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제품 선택에 신중해진 소비자를 놓고 중국 기업은 가격과 제품군을, 유럽 기업은 효율과 수명·수리 가능성을 앞세워 경쟁하는 구도다.

유럽 가전기업이 리퍼비시(재판매) 시장에 관심을 돌리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IFA2026에서는 밀레와 유럽 가전 유통업계가 참여하는 '폐가전에서 가치로' 세션이 별도로 열린다. 수리와 리퍼비시, 부품 수명 연장을 제품 판매 이후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한다.

유럽 업체는 새 제품을 한 번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수리와 부품 공급, 리퍼비시를 통해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를 사업 영역으로 묶으려 한다. 중국 기업이 더 많은 제품으로 유럽 가정의 생활공간을 넓혀간다면, 유럽 기업은 이미 판매한 제품을 더 오래 관리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지키는 전략이다.


베를린(독일)=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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