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청희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이 국민에게 추가 보험료 부담을 주기보다 수입 기반 확충과 지출 효율화를 병행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정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동일한 7.19%로 동결했다.
강청희 이사장은 8일 취임 첫 간담회를 열고 “국민 부담을 늘리면서까지 보험료율을 무리하게 높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같은 재정 안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줄이고 꼭 필요한 부분은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보험료 수입 기반을 넓히기 위해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소득과 재산에 보험료를 함께 부과하는 현행 지역가입자 부과체계에서 벗어나 실제 소득 기반의 부담 능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체계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강 이사장은 “재산과 소득이 함께 부과되는 데 대한 문제점이 지속 제기돼왔다”며 “소득 중심으로 빠른 시간 내 개편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을 더욱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징수 체계를 보강한 뒤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개편안과 시행 시기는 제시하지 않았다. 기존에 마련된 개편안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고 국민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에 건강보험 국고 지원 확대도 지속 요구할 방침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정부가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실제 지원 규모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강 이사장은 “보험료 예상 수입액이 정확하지 않아 지원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며 “공단 차원에서 정부 지원을 제대로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 지원금에만 의존하기보다 부과체계를 개편해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출 구조조정 대상으로는 과도한 의료 이용과 효과가 낮은 급여 항목을 지목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 고가 검사의 과잉 이용을 관리하고 사무장병원과 부당·허위 청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강 이사장은 “전체 국민 의료비 차원에서 보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의료행위와 검사가 존재한다”며 “CT와 MRI 등 고가 검사에서 낭비되는 부분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법 의료기관 단속을 위한 공단 특별사법경찰권 도입도 추진한다. 수사관 교육과 권한 제한, 인권 보호 장치를 정교하게 마련하고 의료계와 충분히 소통할 방침이다.
강 이사장은 취임 후 핵심 경영 방향으로 '리부트 건강보험'을 제시했다.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건강검진, 만성질환 관리,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하나로 연결한 생애주기 건강보장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공단이 보유한 전 국민 건강보험 빅데이터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AI 기반 건강복지 플랫폼'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국민이 건강할 때부터 질병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시기까지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한편 대법원 판단을 앞둔 담배 회사 대상 손해배상 소송도 계속 이어간다. 건보공단은 2014년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강 이사장은 “소송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소송가액보다 크다”며 “승패와 관계없이 담배의 유해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관련 정책을 강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