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지방정부들이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혼인 관련 행정 서비스를 기존 관공서 밖으로 확대하고 있다. 병원과 금융기관은 물론 지하철역과 유흥시설, 관광지 등에서도 혼인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산둥성 쯔보시 린쯔구 모자보건병원이 최근 병원 내부에 혼인등록 서비스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이곳에서는 부부가 혼인 절차를 밟는 동시에 결혼 전 건강검진과 임신 준비 상담을 받고 엽산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여러 기관을 따로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려는 취지다.
정식 운영에 앞서 지난 18~19일 진행된 관련 서비스에도 신청자와 문의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혼인과 관련된 업무 가운데 이혼 절차는 해당 병원에서 진행하지 않는다.
금융기관을 활용한 사례도 나왔다. 톈진시 허시구 중국우정저축은행 톈진지점에는 은행과 결혼 행정 서비스를 결합한 '둥하이 혼인등록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은행 영업점 내부에 혼인등록 시설이 들어선 것은 중국에서 처음이다.
개소 당일에는 두 커플이 이곳에서 혼인증을 발급받았다. 신혼부부에게는 두 사람의 사진이 담긴 기념용 은행카드가 제공됐으며, 7년 후 전달되는 '미래의 편지'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부부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바람을 편지에 적어두면 7년 뒤 다시 받아보는 방식이다.
이처럼 결혼 행정의 공간을 넓히는 움직임은 최근 들어 새롭게 시작된 현상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혼인등록 제도를 손질해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관계없이 중국 내 어느 지역에서든 결혼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요구됐던 호적부 제출도 폐지했다. 이후 각 지역에서는 혼인등록 장소를 공원과 관광명소, 사찰, 쇼핑센터, 음악 행사장 등으로 확대했다.
안후이성 허페이는 2024년부터 지하철역에 혼인등록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이곳을 이용해 혼인신고를 마친 커플은 5600쌍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상하이에서는 나이트클럽 INS 랜드가 혼인증 발급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음악과 공연을 즐기는 공간에서 결혼식 분위기를 함께 경험하도록 해 젊은 층의 관심을 끌려는 목적이었다.
베이징과 난징에서는 사찰을 배경으로 전통 복장을 갖춰 입고 혼인 절차를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관광지와 음악축제, 설산 등을 결혼과 연계하는 '결혼 관광' 역시 확산하는 추세다.
다만 이 같은 정책을 바라보는 중국 누리꾼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결혼할 장소가 부족해서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제 혼인율을 높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을 나타냈다.
반면 행정 절차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고 기존보다 이용하기 편리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나왔다.
중국 당국 통계를 보면 지난해 혼인등록은 676만쌍으로 전년보다 65만7000쌍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에도 161만쌍이 결혼을 신고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5% 늘었다. 혼인등록 절차를 간소화한 이후 한동안 결혼 건수가 반등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다시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혼인등록 건수는 약 327만5000쌍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3만9000쌍과 비교하면 26만4000쌍 감소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