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디지털전환] 토큰 수출국이 되려면, 토큰 공장의 진짜 주인이어야

Photo Image
안재만 베슬AI 대표

지난달 29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데이터센터는 토큰 팩토리”라며 “우리가 AI 토큰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18.4기가와트(GW), 550조원. 숫자의 크기만큼 프레임도 선명하다. 데이터를 보관하던 창고는 지능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방향은 옳고 시점도 적절하다. 전력과 부지를 국가 차원에서 묶어 AI 인프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은 우리가 가진 강점을 정확히 겨냥한다.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 경험, 메모리 공급망, 냉각·전력기기 제조 기반이 한곳에 모여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면 그림이 달라진다. 그 공장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국내 AI 산업에 남는 경험이 다르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수백만장 규모다. 정부가 확보를 공식화한 물량은 그 중 일부이고, 나머지는 민간과 해외 사업자의 자산으로 채워질 것이다. 이런 시설의 연간 비용에서 가장 큰 몫은 전력이나 건물이 아니라 GPU 감가상각이다. 메모리 수출로 이미 상당한 이익을 보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 매출은 데이터센터가 어디에 있든 발생한다. 해외 사업자가 직접 투자해 클러스터를 운영하는 방식도 분명한 성과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내 사업자가 GPU를 자기 자산으로 조달해 운영과 서비스까지 책임지면, 실제 국내 AI 데이터센터 산업의 역량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기가와트급 클러스터를 실제로 돌려본 경험이 국내에 남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설계, 장애 복구, 전력·냉각 제어, 가동률 최적화 등 이런 노하우는 세계 최고의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이고 매뉴얼을 읽어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관건은 현행 AI 데이터센터 정책이 자산보유와 운영 주체의 실제까지 들여다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기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속기 자산을 국내 법인이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클러스터를 실제로 운영하는 인력이 국내에 얼마나 있는지 △값비싼 장비를 얼마나 쉬지 않고 돌리는지 △그리고 그 운영을 국산 소프트웨어(SW)로 하고 있는지. 새로운 규제를 만들 필요도 없다. 지원사업 공고문의 평가 배점에 반영하는 것만으로 같은 예산에서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살펴볼 만한 기회다. 모델 학습은 상용 GPU로, 추론은 국산 반도체로 나누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려면 서로 다른 가속기를 하나의 자원 풀로 묶는 SW가 먼저 있어야 한다. 지금은 AI 인프라 예산이 하드웨어 조달에 집중돼 이 SW는 지원 대상 밖에 있다. 가속기의 경제적 수명은 3~5년이다. 장비를 쉬지 않고 돌리는 능력이 조금만 좋아져도 되찾는 투자 효율은 이 SW에 드는 비용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SW를 함께 키우면 같은 장비로 더 많은 토큰을 만들 수 있고, 국산 반도체가 들어설 자리도 함께 열린다.

4분기에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시행령 초안이 나온다. 좋은 목표는 이미 세워졌다. 여기에 “그 토큰의 부가가치가 어디에 남는가”라는 질문 하나를 더하면 정책은 더욱 단단해진다. 공장을 세우는 것과 그 공장의 진짜 주인이 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첫 시작부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준비를 해야 한다.

안재만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 이사·베슬AI 대표

jaeman@vessl.ai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