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제주산 한우와 한돈이 처음으로 싱가포르 수출길에 올랐다. 라면과 김치 같은 가공식품에서 신선농산물, 축산물로 K푸드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해외 시장 문을 여는 첫 단추에서 나아가 현지에서 꾸준히 팔리는 상품으로 키우는 성과로 이어가야 한다.
분위기는 최고조다. K컬처 인기로 대한민국 음식문화에 대한 진입장벽은 크게 낮아졌다. K팝과 K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음식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한식당이 하나둘 등장하고, 현지 유통·외식업체도 한국산 식품을 취급하고 있다.
다음 승부처는 현지 유통 구조와 소비 방식에 맞춘 경쟁력 확보다.
제주 한우가 대표적이다. 한 현지 수입업체는 일본·호주산 쇠고기의 경우 원하는 등급과 부위를 필요한 만큼 확보할 수 있지만 제주 한우는 한 마리를 통으로 들여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적은 부위까지 판매해야 해 수입업체 부담이 커진다. 원하는 등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어렵다는 점도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꼽았다.
현지 한식당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가 나온다. 한우 품질에 대한 평가는 좋지만, 가격이 높은데다 식당에서 필요한 부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지 외식업계에서는 한식당 가운데 한우를 취급하는 곳이 아직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과 호주산 쇠고기는 부위별 상품화가 잘돼 있다. 한우도 '좋은 고기'라는 평가를 넘어 식당이 필요한 부위를 필요한 만큼 살 수 있어야 시장을 넓힐 수 있다는 얘기다.
제주산 돼지고기는 다른 해법을 보여준다. '제주도니'를 수입하는 머천 브라더스는 수입을 시작한 지 8~9개월 만에 누적 물량 50톤을 넘어섰고 올해 최대 100톤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식당에만 공급하지 않고 중식과 서양식 레스토랑까지 거래처를 넓혔다. 인기 부위 이외의 부위를 사용할 수 있는 식당을 따로 발굴하고, 흑돼지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백돼지도 함께 공급한다. 현지 수요에 맞춰 판매처와 상품 구성을 바꾼 결과다.
가격은 품목을 가리지 않는 변수다. 싱가포르는 소득 수준이 높은 시장이지만 현지에서 만난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상당히 높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 각국에서 들어오는 식품과 같은 진열대에서 경쟁해야 한다. 한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높은 가격을 계속 지불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수출 확대만큼 중요한 것은 현지 시장에 맞춰 상품을 바꾸고 공급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어렵게 확보한 수출 기회를 장기적인 거래로 이어가려면 시장 진입 이후의 전략을 더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수출 지원도 시장 진입 이후를 더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해외 박람회와 판촉 행사, 바이어 연결을 통해 새로운 수출길을 만드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현지 수요에 맞는 상품화와 물류, 안정적인 공급을 뒷받침해야 한다. 특히 자체 해외 영업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갖추기 어려운 중소 농식품 기업에는 현지 바이어와 유통망을 연결하고, 어떤 제품이 어떤 가격과 형태로 팔릴 수 있는지를 찾아주는 지원이 중요하다.
K컬처가 K푸드의 포문을 열었다면 그다음은 제품과 가격, 유통과 공급의 경쟁력이다. 얼마나 많이 수출했느냐뿐 아니라 현지 소비자가 다시 찾고, 유통업체가 다시 주문하는 상품을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수출길을 여는 데서 현지 시장에 뿌리내리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 K푸드가 준비해야 할 다음 과제다. 첫 손님을 맞이했다면 이젠 단골을 만들어야 할 차례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