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기업 살리자” 모나미·한성기업
주가 급등 후 상승분 모두 반납
실적·기업가치 개선 없인 한계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토종 기업을 살리자는 움직임으로 급등했던 이른바 '애국주'의 열기가 한 달 만에 빠르게 식고 있다. 실적이나 성장성보다 '응원 투자'에 힘입어 급등했던 주가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면서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모나미는 전 거래일보다 5.98% 내린 1353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6일 기록한 고점 3730원 대비 63.7% 급락했다. 상장폐지 기준 강화 직전 급등하며 보름여 만에 주가가 세 배 가까이 뛰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게맛살 브랜드 '크래미'로 알려진 한성기업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6월 26일 4145원이던 주가는 이후 5거래일 동안 80% 가까이 급등하며 지난달 15일 1만452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상승세가 꺾이면서 이날 5150원까지 밀렸고, 고점 대비 64.5% 하락했다.
두 종목의 급등에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유지 기준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 거래소는 지난달 1일부터 시가총액 기준을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으로 상향했다. 당시 한성기업과 모나미의 시가총액은 각각 262억원, 250억원으로 기준을 밑돌았다.
상장폐지 가능성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애국기업을 살리자'는 움직임이 확산했다. 한성기업은 6·25전쟁 참전용사를 위한 음악회를 장기간 후원해온 사실이 알려졌고, 모나미는 대표적인 토종 문구기업이라는 점이 다시 주목받았다. 제품 구매와 주식 매수 인증이 잇따르면서 두 종목의 시가총액은 한때 상장 유지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21일 기준 한성기업과 모나미의 시가총액은 각각 319억원과 255억원으로 줄었다. 모나미를 비롯해 비비안과 에넥스는 다시 코스피 상장 유지 기준인 300억원 아래로 내려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뒤늦게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의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애국 매수'가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한 뒤 급락하면서 고점에서 추격 매수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두 종목은 급등 과정에서 거래소로부터 투자주의·투자경고 등 시장 경보 조치까지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급등 과정에 투기적 매매 세력이 가담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온라인에서 '애국기업'이라는 명분이 확산된 뒤 매수세가 집중되고, 주가가 단기간에 폭등한 만큼 이를 이용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세력이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특정 세력의 시세조종이나 불공정거래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투기세력 개입'은 의혹 수준에서 신중하게 봐야 한다.
결국 관건은 실적이다. 모나미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6%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69% 늘었다. 한성기업 역시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기업가치 개선 없이 투자심리만으로 끌어올린 주가는 투자 열기가 식으면 되돌림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상장 유지 기준은 내년부터 더 강화된다. 내년 1월부터 시가총액 기준은 코스피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으로 높아진다. 단순한 '응원 매수'나 단기적인 주가 부양만으로는 상장폐지 위험을 피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결국 이번 '애국주' 열풍은 토종 기업을 살리려는 개인투자자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실제 상장폐지 위기를 일시적으로 넘기는 데는 효과를 냈지만, 주가 상승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과 사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애국심이 주식을 사는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주가를 지탱하는 근거까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