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4할 타자' 백인천 전 감독 별세…향년 8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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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행사에서 시상하는 백인천 전 감독.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누비며 한국 야구사에 유일무이한 '4할 타율'의 금탑을 쌓아 올린 백인천 전 LG 트윈스 감독이 1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3세.

15일 야구계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충남 천안 자택에서 뇌경색 등으로 투병 중이던 백 전 감독은 전날(14일) 오전 6시께 심정지가 발생해 구급차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다. 이송 직후 심폐소생술을 통해 미세하게 맥박과 혈압을 되찾는 듯했으나 위중한 상태가 지속됐고, 평소 정기 치료를 받던 천안 단국대학교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15일 오전 6시 41분 끝내 눈을 감았다.

1942년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태어난 백 전 감독은 광복 후 부친의 고향인 평안북도 철산으로 돌아왔다가 한국전쟁(6·25) 당시 월남했다. 경동중과 경동고를 거치며 포수로 이름을 날렸으며, 빙상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를 병행했을 만큼 강인한 하체 체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1961년 실업야구 농협에 입단한 백 전 감독은 한일 국교 정상화 이전인 1962년, 자유계약을 통해 일본프로야구(NPB) 도에이 플라이어스(현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에 진출하며 한일 야구의 개척자 역할을 했다. 이후 다이헤이요 라이언스(현 세이부 라이언스), 롯데 오리온스(현 지바 롯데 머린스), 긴테쓰 버펄로스를 거치며 1981년까지 통산 1969경기 타율 0.278, 1831안타, 209홈런의 대기록을 남겼다. 특히 다이헤이요 시절인 1975년에는 타율 0.319로 퍼시픽리그 타격왕에 등극했다.

1982년 KBO 리그 출범과 함께 고국으로 복귀한 백 전 감독은 MBC 청룡의 감독 겸 선수로 활약하며 마흔의 나이에 타율 0.412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는 KBO 리그 40여 년 역사상 유일무이한 단일 시즌 4할 타율이자 깨지지 않는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1983~1984년 삼미 슈퍼스타즈를 끝으로 23년간의 한일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현역 은퇴 후 1985년 청보 핀토스 타격 인스트럭터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백 전 감독은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재창단한 LG 트윈스의 초대 사령탑을 맡아 '혼(魂)의 야구'를 내걸고 창단 첫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삼성 라이온즈(1996~1997년), 롯데 자이언츠(2002~2003년) 감독을 역임했으며 삼성,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등에서 타격 지도자로 활약했다. 삼성 감독 시절이던 1997년에는 당시 천보성 LG 감독과 '부정 배트(압축 배트) 논쟁'을 벌이기도 했으며, 후배인 이승엽 전 두산 감독을 지도해 대형 홈런 타자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지도자 용퇴 이후에는 2000년대 초반 방송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라운드에서는 강력한 정신력과 투쟁심을 강조하는 '용장'이었으나, 그라운드 밖 삶은 다사다난했다. 순탄치 않은 가정사와 지인에게 당한 사기 피해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1997년 삼성 감독 시절 처음 쓰러진 이후 네 차례에 걸친 뇌경색·뇌출혈로 긴 세월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 야구 발전에 기여한 백 전 감독의 공적을 기려 역대 두 번째 KBO장(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빈소는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미국에 거주 중인 동생의 귀국 일정 등을 고려해 발인은 17일 오전에 엄수될 예정이다.

한편 백 전 감독의 별세로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 6개 구단 초대 사령탑 중에서는 박영길(85) 전 롯데 감독만 유일하게 생존하게 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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