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폐배터리 재자원화'가 국가 핵심 산업이자 미래 생존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배터리 재자원화는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해체하고 정제해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고부가가치 핵심 원료를 다시 추출하는 산업이다.
이는 배터리 원료의 해외 수입 의존도를 대폭 낮춰 국가 공급망 안보를 튼튼하게 다질 뿐만 아니라, 폐배터리 매립 및 소각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환경 오염을 원천 차단할 수 있어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분야로 꼽힌다.
글로벌 주요국들은 이미 배터리 순환경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은 2031년부터 새로운 배터리를 제조할 때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화하는 등 강력한 산업 육성 및 보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폐배터리 재자원화의 국가적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경북도가 건의한 입주 규제 개선 과제가 정부 대책에 반영되며 국내 산업 발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13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투자혁신 지원방안'에 경북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이차전지 연관업종 국가산단 입주 허용' 과제가 최종 반영됐다. 이에 따라 재자원화 기업들이 구미와 포항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그동안 국내 재자원화 기업 상당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 '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및 원료재생업(E38)'으로 묶여 국가산단 입주에 뼈아픈 제약을 받아왔다. 구미 국가산단과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은 각각 반도체와 이차전지 분야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차전지 핵심 광물을 회수해 공급하는 재자원화 기업은 입주가 어려운 모순을 겪고 있었다.

정부는 올해 1월 제정된 '핵심광물 재자원화산업 특수분류'를 활용해 이 같은 낡은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이를 근거로 두 국가산단의 관리기본계획에 재자원화 업종을 입주 가능 업종으로 반영하고, 관계기관과 신속히 후속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관리기본계획 변경 등 후속 절차가 마무리되면 투자를 미뤄 온 기업들의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입주 의향 기업이 제출한 계획에 따르면 투자 규모는 1000억 원 이상, 신규 고용 창출은 130여 명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도의 현장 중심 규제 발굴은 기업의 배터리 검사 부담 완화로도 이어졌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경북도의 건의를 수용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데이터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검사 기법 도입과 검사 기관 확대를 제도 개선에 반영했다. 검사시간은 약 50시간에서 2시간, 검사비용 역시 2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었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이번 정부 대책 반영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던 재자원화 분야가 미래 첨단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후속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해 기업 투자와 기술 혁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