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분기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 CXMT(창신메모리)의 점유율이 7%를 넘어섰다. CXMT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장 점유율을 급속도로 높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CXMT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약 7%에서 2028년 약 1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이 중국향 아이폰과 맥북 등에서 CXMT 메모리 반도체를 테스트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입지는 여전히 공고하다. 하지만 중국 기업이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을 잠식해왔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디스플레이 분야가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우리 반도체 기업의 무기는 품질이다. 설비투자도 중요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경쟁사와 언제까지나 초격차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긍정적이다.
지난 1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종합반도체기업(IDM) 2개사, 세메스, 램리서치, 원익IPS 등 국내외 대형 장비제조 5개사, 원익큐엔시, 월덱스 등 국내 소재·부품 기업 23개사가 구미 테크노밸리에 모였다.
형식은 기술 세미나였고 실제로 반도체 플라즈마 공정에 대한 발표가 주를 이뤘다. 참석자도 대부분 각사의 엔지니어였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의 전통적인 수직 구조를 생각한다면 이번 행사는 단순한 학술 세미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정 IDM 공급망과 관계없이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는 IDM과 장비사, 여기에 들어가는 소재·부품 기업이 갑·을·병으로 나뉜 수직적 구조로 유지돼왔다. 그나마 신규 장비를 개발하는 비포어 마켓에서는 IDM의 요구에 따라 장비사와 소재·부품 기업의 협력이 이뤄진다. 하지만 IDM이 소모성 부품을 직접 구매하는 애프터 마켓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IDM은 보안상의 이유로 소재·부품 기업에 투박한 도면만 던져주고 개발을 요구한다. 공정 정보가 극도로 제한된 만큼 소재·부품 기업은 '깜깜이 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IDM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결과물이 뭔지 잘 모른 채 시간에 쫓기면서 개발한다.
이는 병뿐만 아니라 갑과 을 모두의 손해다. 업계는 보안 이슈도 있겠지만 IDM의 '협력사 길들이기' 관행이 이 같은 수직 구조를 고착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소통이 없는 구조는 결국 반도체 수율과 제품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다.
구미에서 열린 세미나는 이 같은 수직 구조를 넘어서 IDM과 장비사, 소재·부품 기업이 함께 고민하고 애로사항을 논의할 수 있는 출발선이다. 지금은 엔지니어가 중심이지만 향후 구매 담당자, 의사결정권자(C레벨)로 참석자가 다양화된다면, 반도체 수율과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변화의 바람은 이미 불고 있다. 삼성전자는 패턴 웨이퍼를 확대하고 데이터 공유 생태계 플랫폼 'DSEP'를 운영하면서 소부장 기업과 상생 기회를 늘렸다. 반도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해법은 '협력'이라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진리가 반도체 생태계에서도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안호천 기자 hc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