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가전'이라고 하면 냉장고·세탁기 등 백색가전과 TV 등 영상가전이 전부였다. 하지만 탄소중립과 ESG 경영이 글로벌 화두로 부상하면서 가전의 영역은 집 안 공기 질과 온도를 책임지는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 중심에 화석연료인 가스를 쓰지 않고 전기로 냉방과 난방, 온수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고효율 차세대 공조 기술, '히트펌프'가 있다.
최근 국내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포착됐다. 삼성전자는 제주 단독주택 등에서 한국형 공동주택에 최적화된 히트펌프 시스템 실증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제주도 실증은 물론 유럽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앞세운 가정용 일체형 히트펌프 시스템 보일러 신제품을 국내 출시했다.
좁은 실외기실 공간,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고밀도 주거 환경이라는 특수성을 극복하기 위해 양 사가 내수 시장에서 '난방의 전기화'라는 거대한 실험에 뛰어든 것이다.
친환경 규제가 엄격한 유럽과 북미 시장은 히트펌프 최대 격전지다. 우리나라 극단적 사계절 기후 속에서 완벽한 급탕 성능과 에너지 절감 효과를 입증해낸 가전이라면, 세계 그 어떤 가혹한 환경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품질 보증을 얻는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 철저한 검증이 글로벌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이것이 수출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양 사의 건설적 경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기술 경쟁은 기술 상향 평준화를 이끌고, 정부가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을 목표로 내건 정책 드라이브와 맞물려 협력사 및 배관·부품 인프라 생태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양 사의 레이스가 국내 가전산업 영토를 글로벌 친환경 공조 시장이라는 거대한 블루오션으로 넓히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길 기대한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