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중국에서 차세대 6G AI-RAN(AI 기반 무선접속망) 기지국 개발을 위한 협력사를 적극 발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 중심 AI 인프라를 넘어 기지국과 네트워크 엣지로 AI 연산을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인프라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통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AI 기지국 개발을 위해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목표는 통신 기능과 AI 추론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6G AI-RAN 기지국 구축으로, 2027~2028년 시험망 적용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에서 성공을 거둔 GPU 생태계를 이동통신 인프라까지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AI 서비스가 클라우드 중심에서 스마트폰, 로봇, 자율주행차, 산업용 단말 등 수많은 엣지 디바이스로 확산되면서 기지국 자체가 새로운 AI 연산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를 넘어 기지국이 AI 연산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AI 연산을 최종 사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동통신 기지국이 필수 인프라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협력사 가운데 하나로는 선전에 있는 AI-RAN 전문기업 자셴통신(Jiaxian Communications)이 거론된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양사는 2025년부터 접촉을 시작했으며, 현재 엔비디아 CUDA 생태계를 기반으로 AI-RAN 기지국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양사는 전담 조직을 구성해 6개월 이상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며, 연말까지 시제품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협력 방식은 엔비디아가 GPU와 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제공하고, 중국 기지국 제조사가 이를 활용해 완성품을 개발·생산하는 구조다. 엔비디아는 완성형 통신장비를 직접 생산하기보다 AI 플랫폼 공급자로 참여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AI 기지국이 엔비디아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 1.0 시대에는 GPU 수요가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집중됐지만, 생성형 AI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AI 2.0 시대에는 엣지 컴퓨팅과 분산형 AI 인프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지국은 단순히 무선 통신을 제공하는 장비를 넘어 AI 추론 서비스를 수행하는 지역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GPU 기업이 연산 성능과 AI 모델을 제공하더라도 실제 서비스를 사용자 가까이에서 제공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와 기지국 인프라가 필수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에는 노키아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AI-RAN 공동 개발을 추진했고, 이후 노키아, 에릭슨, T-Mobile, 도이치텔레콤,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AI 기반 6G 네트워크 표준과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추론 작업을 이동통신 기지국과 교환국에서 직접 수행하는 AI-RAN 시험도 진행 중이다.
산업계에서는 향후 AI 인프라가 초대형 데이터센터 중심 구조에서 기지국과 엣지 데이터센터, 지역 노드를 연결하는 분산형 컴퓨팅 구조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이 어려운 국가에서는 AI 기지국이 새로운 AI 인프라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셴통신은 올해 말 CUDA 기반 6G AI-RAN 시제품을 공개한 뒤 본격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는 6G 시대 누적 판매량이 10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대당 약 20만위안 기준으로 약 2000억위안 규모 시장 형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Omdia는 AI-RAN 시장이 2030년까지 누적 20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가 협력 파트너를 중국에서 찾는 이유도 분명하다. 글로벌 기지국 제조 생태계는 이미 중국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전 세계 5G 기지국 하드웨어 생산 약 60~70%를 담당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선전과 둥관, 상하이, 청두 등이 핵심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지국은 GPU만으로 완성되는 제품이 아니다. 안테나와 RF, 마이크로파, AAU, 시스템 통합, 생산 테스트, 이동통신망 최적화 등 오랜 기간 축적된 통신장비 제조 경험이 필수다. 이러한 생산 역량과 전문 인력은 현재 중국에 가장 집중돼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다만 중국 내 협력 대상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웨이와 ZTE 등 주요 통신장비 업체들은 자체 AI 칩과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엔비디아 플랫폼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미·중 기술 경쟁도 변수로 작용하면서 엔비디아가 협력할 수 있는 독립 통신장비 업체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이동통신사들도 AI 기지국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존 음성통화와 데이터 요금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AI 모델 호출과 추론 서비스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중국 주요 통신사들은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량(Token)을 통신 요금과 결합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으며, AI 연산 서비스를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6G 시대가 본격화될 경우 AI 기지국 구축이 새로운 통신 인프라 투자 사이클을 열 것으로 전망한다. AI 연산이 데이터센터를 넘어 네트워크 엣지와 단말기로 확산되는 가운데, 기지국은 단순한 통신설비를 넘어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로 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