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406〉 [AC협회장 주간록116] AC 계정 만들어졌지만, 초기투자 문은 아직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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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모태펀드에 액셀러레이터(AC), 즉 창업기획자를 위한 별도 영역을 마련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초기기업을 가장 먼저 만나고, 가장 작은 가능성에 먼저 투자하는 주체가 AC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를 만들었다는 사실과 현장에서 실제로 자금이 흐른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국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가 벤처투자종합포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5월 기준 존속 중인 모태 출자 펀드는 1267개, 결성총액은 41조3340억원이다. 이 가운데 AC가 결성한 펀드는 238개로 전체 펀드 수의 18.8%를 차지했다. 펀드 다섯 개 중 하나는 AC가 운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금액으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AC가 결성한 펀드의 총액은 2조3284억원으로 전체 결성금액의 5.6%에 불과했다. 펀드 수에서는 18.8%를 차지하지만 자금에서는 5.6%에 머문 것이다.

평균 펀드 규모 차이도 크다. AC가 결성한 펀드의 평균 규모는 약 98억원이지만, 다른 운용사 평균은 약 379억원이다. AC 펀드는 다른 운용사 펀드의 4분의 1 수준이다. 초기기업에 소액으로 여러 차례 투자하는 AC 특성상 펀드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AC가 활용할 수 있는 정책자금이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접근 기회 역시 제한적이다. 협회 집계 기준 등록 AC 508개사 가운데 모태펀드 출자를 받아 펀드를 결성한 곳은 83개사, 16.3%에 그쳤다. 반대로 말하면 AC 10곳 중 8곳 이상은 모태펀드 운용 경험을 한 번도 갖지 못했다는 뜻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최근 흐름이다. AC가 결성한 모태 출자 펀드는 2024년 49개, 4592억원에서 2025년 32개, 4239억원으로 줄었다. 전체 결성 금액은 7.7%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펀드 수는 34.7% 줄었다. 그 결과 펀드당 평균 규모는 약 94억원에서 132억원으로 41% 이상 증가했다.

표면적으로는 펀드가 대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비슷한 자금이 더 적은 수의 펀드와 운용사에 배분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C 전용 영역을 만들었지만, 실제 자금은 여전히 일정 규모와 운용 경험을 갖춘 일부 운용사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첫째, AC와 벤처캐피털(VC) 역할은 다르지만 평가방식은 충분히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AC는 창업 직후 기업을 발굴해 최초 기관투자를 하고, 사업모델을 함께 검증하며, 후속 투자와 TIPS 같은 정책사업을 연결한다. 투자 금액 자체보다는 얼마나 많은 초기기업을 발굴했는지, 첫 투자 이후 기업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후속 투자로 얼마나 연결됐는지가 중요하다.

반면에 기존 펀드 운용사 평가는 누적 운용자산, 대형 펀드 운용 경험, 과거 투자와 회수 실적, 민간 출자금 모집 능력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공공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안정성과 검증된 실적을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AC와 VC에 사실상 유사하게 적용하면 이미 큰 펀드를 운용해 본 기관이 계속해서 유리해진다.

모태펀드 운용 경험이 있는 기관은 다음 펀드 결성에서 다시 유리한 실적을 갖게 되고, 경험이 없는 AC는 최초 실적을 만들 기회조차 얻기 어려워진다. 과거 실적이 미래 기회를 결정하고, 미래 기회가 다시 실적 격차를 확대하는 구조다.

둘째, 소형 펀드는 경제성이 낮다. 100억원 규모 펀드와 500억원 규모 펀드는 관리보수 절대 금액에서 큰 차이가 나지만, 펀드 회계와 준법, 출자자 보고, 투자기업 관리에 필요한 기본 업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AC는 소액으로 많은 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관리해야 할 기업 수는 더 많을 수 있다.

펀드 규모는 작고 투자기업 수는 많다면 운용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 운용인력과 관리인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AC가 초기기업을 촘촘하게 보육할수록 비용이 늘어나지만, 현행 펀드 구조에서는 이러한 보육 기능의 경제적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는다.

셋째, 민간 출자자 모집에서도 격차가 발생한다. 모태펀드에 선정됐다고 해서 펀드가 자동으로 결성되는 것은 아니다. 운용사는 나머지 자금을 부담할 금융회사, 기업, 지방자치단체, 대학, 개인 출자자를 직접 확보해야 한다.

대형 VC는 오랜 기간 쌓아 온 기관 출자자 네트워크가 있지만, 다수 중소 AC는 전담 인력과 네트워크가 충분하지 않다. 어렵게 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돼도 민간 출자자를 구하지 못해 결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결국 출자자 모집 능력 차이가 다시 운용 기회의 차이로 이어진다.

넷째, 정책 성과를 펀드 결성 금액 중심으로 평가하는 관행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 입장에서는 동일한 행정력으로 더 큰 펀드를 결성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초기 투자 정책은 단순히 얼마를 조성했는지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초기 투자에서는 몇 개 기업이 최초 기관투자를 받았는지, 비수도권과 청년 창업기업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투자 이후 후속 투자와 매출, 고용이 얼마나 증가했는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성장단계 펀드를 금액과 회수 중심으로 평가한다면, AC 펀드는 발굴 기업 수와 성장 전환율, 후속 투자 유발 효과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첫째, AC 전용 재원을 명목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창업초기 분야를 만들고 그 안에서 다시 VC와 AC가 동일하게 경쟁한다면 별도 영역을 만든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AC 단독 운용 분야, AC와 VC의 공동 운용 분야, 모태펀드 경험이 없는 신규 AC 분야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특히 50억~150억원 규모 소형 초기펀드 영역을 별도로 조성해야 한다. 모든 AC에 자금을 나누어 주자는 것이 아니다. 초기기업 발굴과 보육 역량을 가진 AC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경쟁할 수 있는 별도 리그를 만들자는 것이다.

둘째, AC 평가 기준을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 누적 운용자산과 회수 실적을 평가에서 제외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최초 기관투자 기업 수, 후속 투자 유치율, TIPS 연계율, 투자기업 생존율, 보육 이후 매출과 고용 증가, 비수도권 투자 실적 등 AC 본질적 기능을 평가에 포함해야 한다.

AC는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기업 가능성을 먼저 발견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이미 만들어진 성과뿐만 아니라, 투자를 통해 어떤 성장을 만들어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셋째, '루키 AC' 트랙을 만들어야 한다. 모태펀드 운용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기회를 주지 않으면 새로운 운용사는 영원히 등장하기 어렵다. 일정 규모 이하의 펀드에 신규 AC가 도전할 수 있도록 하되, 단계별 자금 납입과 외부 투자심의위원 참여, 정기적인 관리·점검, 경험 있는 운용사와의 공동운용 등 안전장치를 함께 마련하면 된다.

기회를 확대하는 것과 관리 수준을 낮추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진입 문턱은 합리적으로 낮추고 공공자금에 대한 관리와 책임은 더욱 엄격하게 설계할 수 있다.

넷째, 소형 펀드의 관리보수와 보육비용을 현실화해야 한다.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는 투자금을 집행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품과 시장을 함께 검증하고, 조직과 재무를 점검하며, 후속 투자와 정책사업을 연결해야 한다.

현재처럼 펀드 규모만을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정하면 소액 다건 투자와 보육을 충실히 수행하는 운용사일수록 불리해질 수 있다. 투자기업 수와 사후관리 의무를 반영한 차등 구조, AC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회계·준법·펀드 관리 인프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모태펀드 성과지표를 바꿔야 한다. 전체 결성 금액뿐만 아니라 신규 운용사 선정 수, 최초 모태펀드 참여 운용사 비중, 비수도권 운용사 비중, 상위 운용사의 출자금 집중도 등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자금 규모가 커지는 것만큼 운용 생태계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AC와 VC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 AC가 창업 직후 기업을 발굴하고 최초 투자를 집행하면, VC가 후속 성장자금을 공급하는 구조가 가장 자연스럽다. AC의 몫을 늘리기 위해 VC의 몫을 줄이자는 것도 아니다. 극초기부터 성장단계까지 투자 사다리가 끊기지 않도록 각자의 역할에 맞는 자금과 평가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AC 전용 영역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초기 투자 생태계가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운용사가 새로운 기업을 발굴할 기회를 얻고, 그 자금이 실제로 초기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느냐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계정의 이름이 아니라 자금의 흐름이다. 펀드의 총액만이 아니라 더 많은 기업과 운용사에게 기회가 확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모태펀드가 이미 검증된 운용사의 성장을 지원하는 자금을 넘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기업과 새로운 투자자를 함께 키우는 진정한 모험자본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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