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이 현지에서 취업할 경우 최대 10만 달러(약 1억4천200만원)의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구상은 '선택적 실무연수(OPT)' 제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OPT는 미국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외국인 학생이 별도의 취업비자 없이 학생비자(F-1) 신분을 유지한 채 일정 기간 미국 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일반 전공자는 졸업 후 최대 1년 동안 취업이 가능하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전공자는 추가 연장을 통해 최장 3년까지 미국에 머물며 일할 수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약 41만9천명이 OPT를 활용해 미국 기업에서 근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만약 정부가 이들에게 1인당 10만 달러의 부담금을 부과할 경우 약 419억 달러(약 60조원)의 재원이 확보될 수 있다.
이번 방안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이민 규제 강화 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최근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가진 외국인에게도 입국과 취업 문턱을 높이는 정책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행정부는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에 동일한 수준의 수수료를 적용하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기존 1천 달러였던 H-1B 신청 비용을 10만 달러로 대폭 인상하는 내용의 포고문에도 서명했다.
그러나 해당 조치는 지난 6월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에서 위법 판단을 받았고, 이달 24일에는 보스턴 소재 제1연방항소법원에서도 효력이 제한됐다.
이 때문에 행정부는 H-1B 비자를 받기 전 단계인 OPT 프로그램으로 규제 대상을 옮겨 비슷한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WSJ는 분석했다.
그동안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과 금융회사는 명문대 출신 외국인 졸업생을 우선 OPT 신분으로 채용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H-1B 비자로 전환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해 왔다.
WSJ는 새로운 비용이 도입될 경우 이 같은 채용 전략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방안은 현재 미국 국토안보부(DHS) 내부에서 검토되는 단계로, 백악관이 최종 승인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또한 비용을 유학생 개인이 부담할지, 채용 기업에 부과할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책이 현실화되면 외국인 유학생뿐 아니라 미국 대학과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WSJ는 “미국 유학의 매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유학생 등록금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대학은 물론, 해외 인재 채용 비중이 높은 실리콘밸리 IT 기업과 월가 금융회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