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안 갚으면 계좌 압류”…칠레 대통령, 55만명 대상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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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는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이 학자금 대출을 장기간 갚지 않은 채무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채권 회수에 착수했다고 현지 언론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조치는 이전 좌파 정부 시절 급격히 불어난 학자금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최근 약 1500명의 은행 계좌가 압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트 대통령은 “누군가를 처벌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조치는 학자금 대출 상환을 미루고 있는 약 55만 명의 채무자를 대상으로 한다. 대출이 일정 기간 이상 연체되면 은행은 국가 보증을 통해 대출금을 회수하고, 이후 정부가 채권자가 돼 계좌 동결이나 압류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호르헤 키로스 재무장관은 “정부가 연체 학자금 대출을 대신 갚는 데 매년 5억 달러(약 7000억 원)가 투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전임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 당시 추진됐던 학자금 대출 탕감 공약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리치 전 대통령은 2021년 대선에서 100만 명이 넘는 학생과 졸업생의 학자금 대출을 없애겠다고 약속했지만, 의회의 반대로 실제 정책은 시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재임 기간 내내 채무가 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상환을 미루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평가다.

실제로 학자금 대출 미상환 비율은 2022년 28%에서 2025년 53%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학자금 대출 잔액도 7년 만에 약 8배 증가해 44억 달러(약 6조 원)에 이르렀다. 칠레 경제학자 빅토르 살라스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탕감 메시지가 상환을 미루는 분위기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강제 추심이 본격화되면서 채무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고소득층뿐 아니라 일부 저소득층까지 계좌 압류 대상에 포함되자 급여가 입금되자마자 가족이나 지인의 계좌로 돈을 이체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카스트 정부는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마리아 파스 아르솔라 교육부 장관은 “높은 연체율은 학자금 대출 제도는 물론 고등교육 재정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모든 국민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학자금 대출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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