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수제맥주 시장 '논알코올'로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부족한녀석들 양조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고소한 맥아 향이 공간을 채웠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발효조에서는 맥즙이 발효되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출고를 앞둔 제품을 상자에 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여느 수제맥주 양조장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다. 다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것은 일반 맥주가 아닌 '논알코올 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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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녀석들 양조장 전경.

국내 유일의 논알코올 전용 양조장인 이곳은 장기 침체에 빠진 수제맥주 시장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는 해외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신제품 출시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논알코올 수제맥주 어프리데이를 제조하는 부족한녀석들은 2022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70% 성장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두 배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부족한녀석들의 성장은 국내 수제 맥주 시장과 대비된다. 코로나19 기간 '홈술' 열풍과 편의점 할인 행사에 힘입어 급성장했던 수제 맥주 시장은 팬데믹 종료 이후 빠르게 식었다. 세븐브로이와 와이브루어리의 기업회생 신청,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파산 등 주요 업체들이 잇달아 경영난을 겪으며 업계 전반이 생존 경쟁에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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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녀석들 양조장 전경.

업계는 편의점 중심의 저가 경쟁 심화와 코로나19 시기 늘어난 생산설비에 따른 고정비 부담, 위스키·하이볼 등으로의 소비 트렌드 이동을 침체 원인으로 꼽는다. 반면 술을 덜 마시거나 마시지 않는 소비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음주를 선택적으로 즐기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가 확산하면서 논알코올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NH농협은행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0대의 주점 소비 금액은 전년 대비 20.9%, 30대는 15.5% 감소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부족한녀석들은 창업 초기부터 논알코올 전문 브랜드 '어프리데이'를 앞세웠다. 생산 방식도 기존 논알코올 맥주와 차별화했다. 대부분의 논알코올 맥주는 완성된 맥주에서 열이나 압력을 이용해 알코올을 제거하거나(Dealcoholization), 발효하지 않은 맥아즙에 향료를 더하는(Blending)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와 달리 어프리데이는 특수 효모와 발효 제어 기술을 활용해 발효 과정에서 알코올 생성 자체를 최소화하는 공법을 적용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논알코올 맥주임에도 기존 수제맥주 특유의 향과 바디감을 보다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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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프리데이 제품 이미지. 〈자료 부족한 녀석들〉

이 같은 기술력으로 어프리데이는 올해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TIPS)에 선정됐으며 대한민국 국제맥주대회(KIBA) 논알코올 부문에서 금·은·동메달을 수상했다. 대한민국주류대상 무알코올 맥주 부문 대상도 받았다.

유통망도 확대되고 있다. 올리브영과 GS리테일 와인25플러스에 잇달아 입점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혔다. 지난해부터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과 협업해 호텔 전용 제품인 '남산 제로 크래프트 라거'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캐나다 토론토 지역으로 IPA와 스타우트를 첫 수출하며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회사는 올해 3분기 알코올 함량 0.00%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제로칼로리와 로우퓨린 제품 개발, 해외 시장 확대, OEM·ODM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황지혜 부족한녀석들 대표는 “처음부터 논알코올 시장을 선택한 것은 술을 대체하는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맥주 카테고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스타일의 논알코올 맥주를 통해 소비자 선택지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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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녀석들 양조장 전경.

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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