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소르본대학교 연구진이 서울 청계천 복원사업을 도시 생태복원의 대표 사례로 제시하며 “도시 생태복원도 과학”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나무를 많이 심는 도시 녹화를 넘어 생물다양성과 토양, 물순환, 에너지 생산까지 고려한 과학적 설계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이날 한국과 유럽 연구진은 기후기술 상용화와 인공지능(AI) 기반 기후정책 플랫폼 등 탄소중립 시대 협력 해법도 함께 제시했다.
장 크리스토프 라타 프랑스 소르본대학교 교수는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툴루즈 '2026 한·유럽 과학기술학술대회(EKC 2026)'에서 열린 '제6차 글로벌 기후테크혁신·탄소중립 포럼'에서 “도시는 단순히 녹지를 늘리는 공간이 아니라 생태계 기능을 회복하는 공간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 생태복원을 위해서는 생물다양성과 토양 건강, 물순환, 탄소흡수, 시민 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다기능성'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도시마다 기후와 토양, 식생 환경이 다른 만큼 획일적인 녹화사업으로는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라타 교수는 도시 녹화의 역효과도 소개했다. 가로수 배치에 따라 공기 흐름이 차단되면 오히려 대기오염물질이 축적될 수 있고, 일부 수종은 생물기원 휘발성유기화합물(BVOC)과 꽃가루를 배출해 시민 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 생태복원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사업이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태계 전체를 설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 청계천 복원사업을 대표적인 도시 생태복원 사례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청계천이 도심 하천 복원을 통해 생태축을 회복하고 도시 환경과 시민 삶의 질을 동시에 개선한 사례라며, 앞으로 세계 도시들이 참고할 수 있는 기후적응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도시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연구 사례도 공개했다. 라타 교수는 파리에서 진행 중인 녹화지붕과 태양광 패널 결합 실증사업을 소개하며, 식생이 태양광 패널의 온도를 낮춰 발전 효율을 높이고 태양광 패널은 식물을 강한 직사광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상호보완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생산과 생물다양성 증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미래 도시 모델”이라고 말했다.

기후기술을 연구실에서 시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국제협력 전략도 제시됐다.
송재령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시장주도형 기후기술 외교(MCTD)'를 소개하며 “탄소중립 경쟁력은 기술 개발 못지 않게 기술을 시장으로 연결하는 역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기업, 국제기구, 금융기관을 연계해 기술 개발부터 공동 실증, 검증, 사업화, 해외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과 '유로스타3(Eurostars-3)'와 같은 국제 공동연구 프로그램과 더불어 신흥국 시장 개척을 위한 세계은행(WB), 녹색기후기금(GCF),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활용한 공동 프로젝트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연구원은 “기후변화는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기술과 정책, 금융을 연결하는 국제협력이 기후기술 상용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탄소 감축과 함께 기후적응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폭염과 집중호우, 도시 침수가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열섬현상 완화와 물순환 회복, 미세먼지 저감, 지하수 함양 등을 동시에 실현하는 기후적응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표 사례로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투수 홀블록'을 소개하며 “기후기술은 탄소 감축량뿐 아니라 재해 예방과 시민 안전, 도시환경 개선 등 사회적 가치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민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를 기반으로 사회·경제·기후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고해상도 지역 기후평가 플랫폼을 소개했다. 건물 단위까지 온실가스 배출과 산업활동, 인구 분포 등을 분석해 GIS 기반으로 시각화하고, 지방정부가 탄소중립 정책과 기후적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손 연구위원은 “현재 울산과 순천, 서산 등을 대상으로 플랫폼을 실증하고 있으며, 향후 지역 맞춤형 기후정책 의사결정 플랫폼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툴루즈(프랑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