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화석 사치품화에 과학계 우려

역사상 가장 완벽한 형태를 갖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티렉스·이하 티라노) 화석이 경매에 부쳐지면서 과학계와 자산가들 사이의 '공룡 확보 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경매업체 소더비는 오는 14일(현지시간) '거스(Gus)'라는 별명이 붙은 티라노 화석을 연례 자연사 경매에 출품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화석은 전체 뼈의 약 61%가 보존되어 있어 역대 발견된 티라노 중 가장 완벽에 가까운 표본 중 하나로 꼽힌다.

경매업계가 추산한 거스의 사전 판매 평가액은 최소 3000만달러(약 451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공룡 화석 열풍을 고려할 때, 2024년 446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670억원)에 낙찰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스테고사우루스 '에이펙스(Apex)'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화석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 세계 공공 박물관과 연구기관들은 표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NHM)의 수잔나 메이드먼트 교수는 “높은 가격 때문에 이미 많은 표본을 놓치고 있다”며 “진짜 화석을 직접 보고 해부학적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고생물학 연구의 기본인데, 이를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학계의 가장 큰 우려는 사치품처럼 개인 소장가에게 넘어간 화석이 연구 대상에서 영구히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저명한 국제 학술지들은 데이터의 지속적인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개인 소장품에 기반한 연구 논문을 게재하지 않는다. 소장자가 사망하거나 마음을 바꿔 화석이 처분될 경우, 관련 연구는 사실상 과학계에서 '미존재'하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경매업계와 독립 고생물학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거스가 발견된 사우스다코타주 배드랜드의 황무지에서 화석을 발굴하는 데는 수년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 그리고 혹독한 자연환경을 견뎌내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소더비의 자연사 부문 책임자인 카산드라 해튼은 “발굴업자들은 억만장자가 아니라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해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이라며 낙찰가가 이들의 노력과 리스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들이 아니었다면 화석은 자연 풍화되어 영원히 사라졌을 것”이라며 “상업적 발굴꾼들이 공룡을 '두 번째 대멸종'으로부터 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유한 자산가들이 박물관에 '대여'해주는 식의 대안이 존재한다. 실제로 앞서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는 화석 에이펙스를 낙찰받은 후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4년간 대여해 준 바 있다.
그러나 고생물학계는 기후 변화와 대멸종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 과거 지구의 기후와 생태계를 보여주는 유일한 실증 자료인 화석이 상업적 투기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