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물관리·순환경제 투자 확대…국내 기업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 기회

글로벌 기후금융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고 있다. 세계은행그룹 산하 국제금융공사(IFC)가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그린본드)을 발행하자 모집액의 4배인 80억달러의 투자 주문이 쏟아졌다. 조달 자금이 개발도상국의 전력망, 재생에너지, 물관리, 순환경제 등 민간 프로젝트에 투입돼 국내 기후테크와 전력기자재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도 확대될 전망이다.
IFC는 지난 7일(현지시간) 만기 5년, 표면금리 연 4.25%에 녹색채권 20억달러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유럽·중동·아프리카(41%), 미주(31%), 아시아(28%) 등 전 세계 투자자가 참여했고, 중앙은행과 공공기관이 전체 투자자의 61%를 차지했다. 120개 기관이 주문에 참여하면서 총 주문 규모는 8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IFC가 2017년 이후 처음 발행한 달러화 그린 벤치마크 채권이자, 올해 새롭게 개편한 녹색채권 프레임워크를 처음 적용한 사례다. 새 프레임워크는 기존의 탄소감축 중심에서 기후적응, 생물다양성, 해양·수자원 보호, 순환경제까지 투자 대상을 넓혔다. 양질의 일자리와 포용적 경제 참여 등 사회적 가치도 투자 성과 평가에 포함했다.
시장에서는 최고 신용등급(Aaa·AAA)을 보유한 국제기구의 녹색채권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것은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우량 기후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산업계에는 해외 프로젝트 확대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IFC는 이번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개발도상국 민간 부문의 기후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송배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물관리, 폐기물 자원화, 순환경제 등으로 투자 범위가 확대되면서 한국 기업의 참여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춘 전력 인프라 분야가 주목된다. 신흥국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확대되더라도 이를 연결할 송전망과 변전설비가 구축되지 않으면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초고압 변압기와 전력망 솔루션,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IFC 지원 프로젝트 수주에 참여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후테크 분야도 수혜가 예상된다. IFC가 기후적응과 물관리, 순환경제를 핵심 투자 분야로 제시하면서 수처리 기술, 디지털 물관리, 탄소감축 솔루션, 기후 인공지능(AI) 등 국내 기업이 강점을 가진 분야의 해외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IFC는 현재 100개국 이상에서 민간기업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투자와 금융 지원을 수행하고 있으며,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역할도 함께 맡고 있다.
국내 정책과의 접점도 적지 않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공동 금융 조성이나 국내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금융 지원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