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와 기후변화, 소비시장 변화는 우리 농업의 경쟁 방식을 바꾸고 있다.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 농산물의 가치는 유통과 물류, 품질 관리에서 결정되고 있다. 정부도 온라인 농산물도매시장과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 구축 등 유통 혁신 정책을 추진하며 농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전자신문은 4회에 걸쳐 농산물 유통혁신 정책과 현장, 그리고 수출 사례를 통해 개방화 시대 우리 농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짚어본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와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수입 농산물과의 가격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생산 불안과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소비시장도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농업 경쟁의 기준도 달라졌다.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면서 유통 경쟁력이 농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등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유통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공영도매시장 중심 거래 비중은 2003년 78.4%에서 2023년 50.5%로 감소한 반면, 산지와 소비지를 직접 연결하는 직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7.2%에서 29.7%로 확대됐다. 경매 중심이던 거래 방식도 계약거래와 직거래, 온라인 거래 등으로 다변화되면서 유통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소비시장 변화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새벽배송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원하는 시간에 빠르게 받아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온라인 농축수산물 거래액도 2017년 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원으로 추산되는 등 온라인 유통은 새로운 거래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격 경쟁력 역시 생산보다 유통에서 갈리는 구조다. KREI의 '공영도매시장과 온라인 유통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농산물 유통비용은 소비자가격의 49.2% 수준이다. 생산부터 도매와 소매를 거치는 과정에서 비용이 누적되면서 농가 수취가격은 낮아지고 소비자 가격은 높아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변화는 기존 유통체계의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생산량 예측은 어려워지고 특정 품목의 가격 급등락도 잦아졌지만 산지의 저장 물량과 출하 예정 물량은 여전히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생산과 저장, 출하 정보를 데이터로 관리하고 품질을 표준화해 수급을 예측하는 체계 구축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정부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핵심 농정 과제로 내세운 것도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생산 확대 중심 정책만으로는 개방화 시대 농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거래 방식과 물류체계, 생산·수급관리 전반을 손질해 유통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온라인 도매시장 확대와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 구축, 물류 효율화 등이 추진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aT가 운영하는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날 기준 현재 누적 거래액은 2조5536억원, 누적 거래물량은 88만3468톤을 기록했다.
오년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산지의 저장 물량과 앞으로 출하될 물량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생산과 저장, 출하 정보를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농업 경쟁력도 생산과 유통 정보를 얼마나 정밀하게 연결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제작지원: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6년 FTA 이행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