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실험실 안 연구를 넘어 이제 본격적인 상용화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마지막 아킬레스건이었던 '수명(신뢰성)'도 양자점(QD) 수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태우 에스엔디스플레이 대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 상용화 최대 병목을 '수명'에서 찾았다.
이 대표는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자 분야 연구 권위자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이자 교원 창업기업인 에스엔디스플레이 대표로 연구 및 사업화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 초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 본지에 페로브스카이트 소자 관련 연구 논문을 동시에 게재했고, 최근에도 고효율·장수명 증착 기술 연구를 발표하며 업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유·무기 양이온, 금속 양이온, 할라이드 음이온으로 구성된 이온 결정 구조 소재다. 기존 발광소재보다 스펙트럼이 좁아 색 순도가 높고, 조성 제어를 통해 적색과 녹색 발광 파장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어 차세대 발광 소자로 꼽힌다.
이 대표는 “페로브스카이트는 발광 반치폭이 매우 좁아 유기 발광체나 QD보다 더 선명한 색을 낼 수 있다”며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가 겪는 픽셀 축소 시의 효율 저하나 전사 공정 난제, 전계발광(EL) QD의 수명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고 강조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수분, 산소, 열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를 구동하기 위해 전기를 흘려주거나 고휘도(밝기)로 동작할 때 이온이 내부에서 이동하면서 소자가 빠르게 망가지는 수명 저하 현상이 발생하는 '이온성 결정'이라는 태생적 약점이 있다.
이 대표와 연구팀은 표면 결함을 제어하고, 계층적 셸 구조와 저온 주입 합성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해 이를 해소했다. 특히 진공증착 공정 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층을 유기물로 정밀하게 감싸 보호하는 구조를 만들어 전기적·열적 스트레스 속에서도 이온 이동과 결함을 원천 차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수명 이슈가 발목을 잡았지만 현재는 대량 합성 및 광학 봉지 기술 가다듬기를 통해 수명을 기존 QD 필름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연구실에서는 기술적인 진화를 이뤄내고 있지만 관건은 상용화다. 에스엔디스플레이는 기술 성숙도에 따라 단계적 상용화 로드맵을 밟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용액 공정 기술을 적용해 기존 QD 필름을 대체하는 페로브스카이트 색변환 필름 사업화에 집중한다.
장기적으로는 회사가 원천 기술을 가진 페로브스카이트 진공증착 공정을 활용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용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로 진화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잉크젯은 대면적 저비용에 유리하지만 초고해상도 마이크로디스플레이로 가면 액적 퍼짐이나 막 두께 불균일 등 한계가 있다”면서 “진공증착은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양산 전환 속도와 투자비 절감 측면에서 압도적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궁극적으로 원천 소재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단순히 효율 좋은 논문용 소재에 그치지 않고 가혹한 구동 환경에서도 끄떡없는 고신뢰성 페로브스카이트 플랫폼 생태계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