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카 수상에 빛나는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가 런던 월드 프리미어를 앞두고 그리스 현지에서 거센 캐스팅 논란에 휩싸였다.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대서사시를 원작으로 한 이번 영화는 맷 데이먼, 앤 해서웨이, 톰 홀랜드, 젠데이아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그러나 정작 그리스 출신 배우는 해안 마을 주민을 연기한 야니스 코키아스메노스 한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트로이의 헬레네 역에 케냐 출신 흑인 배우 루피타 뇽오를, 그리스인들을 속여 트로이 목마를 들이게 한 그리스 여인 시논 역에 트랜스젠더 배우 엘리엇 페이지를 캐스팅한 점도 그리스 영화팬들의 공분을 키웠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는 “그리스인을 캐스팅한 것이 구색 맞추기로 보인다”, “그리스 배우는 단역에 그쳤으며, 중요한 캐릭터(헬레네)에 흑인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그리스인 지우기” 같은 비판이 나왔다.
그리스 및 그리스계 키프로스 언론들은 놀란 감독의 제작진과 할리우드를 향해 “그리스인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살아있는 민족”이라며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매체를 통해 “다양성이나 작품의 재해석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글로벌 무대에서 그리스 이야기가 다뤄질 때 그리스인들이 지워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해적: 위대한 영웅' 등을 연출한 그리스의 영화감독 야니스 스마라그디스는 놀란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다양성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이러한 캐스팅을 감행했다면 이는 “비열한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놀란 감독을 “반(反)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며 호메로스의 원작을 모독했다고 가세했다.
반면 놀란 감독은 잡지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루피타 뇽오는 강인함과 품격을 지닌 배우로, 기획 단계부터 내 첫 번째 선택이었다”며 다양성 기준을 충족하기 위함이 아닌 절대적으로 그의 캐스팅을 원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 측도 논란에 선을 그었다. 리나 멘도니 그리스 문화부 장관은 국가 보조금 650만 유로(약 111억 원)가 지원된 이 영화에 대해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자, “예술은 검열될 수 없으며, 창작자가 신화나 작품을 어떻게 해석할지 국가가 지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편, '오디세이'의 새로운 번역본으로 찬사를 받은 바 있는 바드 대학의 다니엘 멘델손 교수는 뇽오의 캐스팅을 옹호했다. 그는 “트로이 신화의 핵심은 '아름다움과 그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아프리카계 아름다운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미(美)에 대한 아주 오래된 논쟁의 중심에 관객을 서게 하는 의도적이고 도발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오디세이'는 캐스팅 논란 외에도 지난 5월 예고편 공개 당시 배우들의 미국식 억양과 고대 그리스 배경에 어울리지 않는 현대식 대사 표현으로 SNS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제작사인 유니버설과 놀란 감독은 사전 입소문을 위해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하는 일반적인 트렌드를 거부하고, 철저히 평론가 위주의 시사회만 진행할 예정이다. 영화 '오디세이'는 한국에서 오는 8월 5일 개봉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