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력을 원했는데 사람들이 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위스와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50년대부터 이른바 '손님 노동자(Gastarbeiter)'라 불리는 이주노동자 유입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그러나 당시 서유럽의 정부와 기업은 이주노동자들이 그저 기계처럼 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과 문화를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이 안이한 인식은 2005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도시 소요 사태와 같은 심각한 사회적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 이어졌다.
스위스의 극작가인 막스 프리슈가 1965년에 남긴 '노동력을 원했는데 사람들이 왔다'라는 문장 속에는, 이주노동자들을 경제적 효용성을 지닌 존재가 아닌 '존엄성'과 '삶'을 지닌 인간으로 직시해야 한다는 뼈아픈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리고 60여년이 흐른 2026년 현재, 이 문장은 바다를 건너 대한민국 초·중·고등학교 현장의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우리 사회는 초저출생과 고령화, 지방 인구 감소 및 산업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외국 인력의 유입은 이제 선택이 아닌 일상의 문제가 되었다.
2025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이 278만명을 돌파했고, 2025년 4월 기준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학생 수는 20만명(20만2208명)을 넘어서며 전체 학생 중 4%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학생 100명 중 4명이 이주배경을 가진 셈이며, 전교생의 30% 이상이 이주배경학생인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부모를 따라 중도에 입국해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급증하면서, 학교 현장의 풍경이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모든 아이들의 보편적 인권과 학습권 보호.'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교육이 가진 보편적 가치다. 대한민국이 1991년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 제28조는 '모든 아동은 국적이나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태어난 곳과 부모의 배경이 다르더라도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평등하게 교육받아야 한다는 엄중한 국제적 약속이자, 아동의 보편적 인권 실현을 위한 마땅한 책무다.
이는 세계화 시대에 해외 각국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수백만의 우리 국민과 그 아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본 가치다. 이에 학교는 아동의 국적, 언어 역량, 부모의 출신 국가 등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학교는 아이들이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핵심 역량을 기르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의 공교육 체계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익숙한 아이들'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이주배경학생들은 낯선 언어와 문화라는 장벽을 넘어, 학교라는 공간에 적응하기 힘든 실정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의 문제가 단지 '개인의 몫'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학생들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의 고충은 날로 커지고 있다. 다국어 통·번역이 일상적으로 필요해지고, 말이 통하지 않아 발생하는 학생들 간의 사소한 오해와 갈등을 중재하는 생활지도 과정에도 막대한 에너지가 투입된다. 교사 한 명이 쓸 수 있는 시간이나 에너지가 물리적으로 제한돼 있음을 고려할 때, 결과적으로 교실 안에 있는 모든 학생의 온전한 학습권을 보장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주배경학생에 대한 교육 지원은 단순한 시혜나 배려가 아니다. 교실 안의 '모든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학습할 권리를 지키는 필수 조건이자, 현재 우리 공교육이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핵심 과제다.

그동안 교육부, 교육청, 학교는 이주배경학생의 한국 적응도를 높이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길러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6년 경기도 안산과 시흥 지역에 처음 개설된 이주배경학생 특별학급을 2026년 626학급으로 대폭 확대했고, 지역 기관에 위탁하는 한국어 예비과정도 2024년 29개에서 2026년 101개로 늘렸다.
인공지능(AI) 기능을 활용해 한국어능력 진단부터 맞춤형 한국어학습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모두의 한국어'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이주배경학생과 학부모에게 공교육 진입 절차와 방법, 한국 교육제도를 다국어로 안내하고, 2026년에는 다문화교육 선도학교 605개교와 연구학교 45개교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공존의 가치를 배우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다문화 친화적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한 인식개선 캠페인과 다문화교육 공모전 등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장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학생이 공교육에 진입하는 시점에 정확하게 언어 능력을 진단하고, 학교가 상황에 맞게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며, 체류 자격 등 정보에 기반해 진로를 지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절실하다.
이러한 현장의 절박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 4월과 6월 국회에서는 이주배경학생 교육 지원을 위한 법률 제정안이 2건이나 발의됐다. 공교육 진입 지원, 입학 전후 한국어교육 의무화, 밀집학교 교육과정 자율성 보장, 지역 협력체계 구축 등 제도적 울타리를 만드는 것 등이 핵심이다.
어릴 적부터 두 개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자라난 이주배경학생들은 머지않아 대한민국과 세계를 잇는 훌륭한 인재가 될 것이다. 또, 다름이 어우러지는 포용적인 교실에서 자라난 학생들은 다양성에 대한 경험을 경쟁력으로 전환해,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줄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내 교실에 있는 학생은 모두 내 학생이에요.”
학교 현장에서 만난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한 명의 아이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인구 절벽의 시대, 단 한 명의 학생도 교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든든하게 받쳐줄 특별법 제정에 국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
〈필자〉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대천여중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전교조 충남지부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집행위원장,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세종시교육감에 당선된 후 3선에 성공하며 세종교육을 책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