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아시아 대표 혁신·스타트업 박람회 '넥스트라이즈(NextRise) 2026'이 이틀간 2만5000여명의 관람객을 모으는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행사의 화두는 'Shape the Next'. 단순한 차세대 기술의 소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성장동력과 산업, 무역의 지형을 탐색하는 자리였다. 실제로 행사장에서는 대한항공의 인공지능(AI) 무인항공기가 최초로 소개됐고, LG사이언스파크와 우주탐사 스타트업이 공동 개발한 탐사선 콘셉트 모델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 방산 기술 등이 공개되며 미래 산업의 청사진이 제시됐다.
'현재 한국 경제를 견인 중인 반도체를 이어갈 차세대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넥스트라이즈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무대였다. 미래 산업의 씨앗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혁신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글로벌 혁신 리더들도 한국에서 그 가능성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오픈AI, 앤트로픽, 퍼플렉시티,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기업들은 “Why Korea?”에 대한 각자의 답을 공유하며 우리 스타트업과 협력의 기회를 모색했다.
넥스트라이즈 현장을 찾은 마크 마나라 오픈AI 스타트업 사업총괄은 한국을 “AI 기술을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는 나라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라고 평가했다.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대표 역시 르노의 혁신을 “프랑스에서 탄생하고, 한국의 재능, 창의성, 엔지니어링이 결합된 모빌리티 교향곡”이라고 묘사했다.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AI가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시대, 우리의 미래 경쟁력은 글로벌 혁신 네트워크와 빠르게 연결되고, 이를 흡수·융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역량에 달려 있다.
물론 산업 간의 온도 차도 존재한다. AI와 반도체로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면서 다른 분야는 상대적 소외를 겪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분야를 따라갈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각자가 가진 강점을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자신만의 '엣지(Edge)'를 찾아 혁신과 수출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한다.
희망적인 것은 현장의 움직임이다. 올해 넥스트라이즈에서는 국내외 기업과 스타트업 간 4000건이 넘는 일대일 비즈니스 밋업이 진행됐다. 30개국에서 참가한 해외 스타트업들은 한국 기업들과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하며 혁신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특히 올해는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주빈국으로 초청해 의미를 더했다. 르노, 로레알, 에어리퀴드, 베올리아 등 프랑스 대표 기업과 투자자, 스타트업들이 참여해 양국 혁신 협력의 폭을 넓혔다. 과거 무역이 '제품의 이동'이었다면 이제는 '혁신의 이동과 연결'이 새로운 무역의 모습이 되고 있다.
혁신의 어원은 주역에서 나온 '혁고정신'(革故鼎新)의 준말이라 한다. 가죽(革)을 벗기듯 묵은 것(故)을 청산하고 쌀을 밥으로 재창조하는 솥(鼎)으로 새로운 것(新)을 만든다는 뜻이다. 넥스트라이즈가 보여준 것도 단순한 기술 전시가 아니라 글로벌 테크 리더들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의 가능성이었다. AI 혁명 속에 이미 뿌려진 미래 무역의 씨앗을 함께 키울 최적의 파트너를 찾고 함께 새로운 성장의 숲을 만들어가는 일, 그것이 'Shape the Next'에 대한 우리의 답이 될 것이다.

정희철 한국무역협회 해외마케팅본부장 heechul.jung@kit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