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규모를 넘어선 가운데 직매입·중개 등 각기 다른 사업 형태에 대해 플랫폼의 권한과 책임도 새롭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획일적인 잣대는 온라인 플랫폼 발전과 상생 생태계 구축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24일 한국유통학회는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지속가능한 공급업체와 이용자 중심의 플랫폼 전략'을 주제로 올해 첫 포럼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최자영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온라인 유통이 핵심 유통망으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2025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87조5000억원에 달했고, 소매 유통에서 온라인 비중은 55%를 넘어 오프라인을 앞질렀다. 네이버와 쿠팡 두 플랫폼의 거래액만 110조원을 웃돈다.
최 회장은 플랫폼마다 수익 모델과 작동 방식이 다른데도 그에 따른 권한과 책임에 대한 이해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과 제조기업, 판매자 간 공정거래는 단순한 거래질서 확립을 넘어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 과제”라고 말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역시 유통모델을 판매모델과 물류서비스모델로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이커머스를 위한 유통모델 전략'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직매입과 마켓플레이스는 상품 소유권과 책임 주체가 다른데도 같은 잣대로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판매모델은 △플랫폼이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파는 직매입(1P)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마켓플레이스(3P)로 나뉜다. 물류서비스모델인 2자·3자·4자 물류(2PL·3PL·4PL)는 보관·운송·반품 등 물류 기능을 위탁받는 구조다. 모델마다 상품 소유권과 책임 주체가 다르다.
수익의 성격도 모델별로 다르다. 직매입은 매입가와 판매가의 차이인 유통마진을, 마켓플레이스는 판매수수료와 광고비를, 물류서비스는 제공 범위에 따른 수수료를 가져간다.
이런 차이 때문에 수수료율 단순 비교는 적절치 않다고 봤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기준 2023년 쿠팡의 실질수수료율은 29.8%로 GS숍(11.2%) 등 다른 온라인몰을 웃돈다. 그러나 쿠팡은 매출의 대부분이 직매입이고 무료 반품까지 떠안는 구조여서 유통마진이 수수료처럼 높게 잡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책임 규제도 같은 맥락에서 지적했다. 직매입은 반품을 비롯한 모든 권한이 플랫폼에 있어 책임도 플랫폼이 지지만, 마켓플레이스는 상품 권한이 제조업체와 판매자에게 있어 플랫폼의 책임 범위가 다르다. 그런데 현행 규제는 직매입이든 마켓플레이스든 결합 모델이든 온라인 플랫폼에 책임을 일괄 적용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모델별로 책임을 세분화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세대 방향으로는 판매모델과 물류서비스를 분리한 4자 물류(풀필먼트) 모델을 제시했다. 플랫폼이 물류사 지정권을 갖는 직계약 구조로, 네이버배송(NFA)이 대표 사례다. 네이버배송은 2023년 2월 대비 2025년 2월 거래액이 236%, 주문 건수가 232% 늘었다. 조 교수는 쿠팡과 네이버처럼 서로 다른 모델이 공존해야 소비자의 선택권과 제조업체의 협상력이 함께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지속가능한 이커머스는 판매모델과 물류서비스를 구분하고 플랫폼의 수익·권한·책임이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