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이 자국 중심으로 급격히 블록화하면서 세계 경제 패러다임도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일본의 첨단산업 강화 정책이 촉발한 천문학적 보조금 전쟁은 제조 중심의 본국 역량 확보 중요성을 일깨웠다.
더욱이 미·중 패권 경쟁 격화에 따른 공급망 위기는 값싼 노동력에 기초한 해외 기업 운영의 장래 리스크를 더욱 높였다. 자연스럽게 최근 들어 우리 기업의 발걸음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서는 '리쇼어링(Reshoring)'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무적인 점은 우리 기업의 리쇼어링 양상이 단순 '공장 이전'과는 차원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메이드인코리아' 파워가 해외에서 아낄 수 있는 비용 자체를 압도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인프라 등 첨단 기술 전환의 최적지로서 한국의 입지 가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호 복귀 기업인 한국콜마가 세종시에 AI 공정 제어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기술 총괄 '마더팩토리'를 지어 K-뷰티 경쟁력을 극대화할 태세고, 이수페타시스가 대구에 AI 가속기용 초고다층 인쇄회로기판(PCB) 증산 공장을 세워 첨단 부품을 내재화하는 사례가 이를 대변한다.
이같은 리쇼어링 확대는 내재 경쟁력 제고는 물론 공급망 안정화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K-제조업'의 전략적 진화로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정부가 강도 높게 추진하는 제조업 분야 인공지능전환(M.AX)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에도 경쟁력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금액 상한을 깬 보조금 협상 트랙과 업종 동일성 완화 조치를 내놓은 것은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첨단 리쇼어링 기업이 국내에 안착해 실질적인 고용과 투자 효과를 내려면 맞춤형 당근책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비수도권 귀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도권 수준의 규제 특례'와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다. 법인세·소득세 감면 기간을 현행보다 대폭 연장하고,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한 인프라 비용에 가산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해 봄 직하다.
아울러 기업이 지방 투자 시 가장 애를 먹는 '석·박사급 핵심 인력 유치'를 해결해야 한다. 지방 복귀 기업을 위해 주거, 의료, 자녀 교육 환경이 결합한 종합 '정주 여건 패키지'를 국가가 직접 매칭해 제공하는 정책이 실현될 때 비로소 기업은 안심하고 하이테크 공정을 모국에 심을 것이다.
진화한 리쇼어링이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새로 출범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과감하고 입체적인 지원 체계 가동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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