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 여행 예약 너머, 호텔 운영을 다시 짜는 AI 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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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규 올마이투어 대표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사용자가 “다음 주 도쿄 출장, 도쿄역 근처의 조용한 비즈니스 호텔 잡아줘”라고 말하면 AI 에이전트가 기존 여행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취향을 분석해 검색부터 결제까지 마쳐준다는 사례다. 인상적이지만 사실 빙산의 일각이다. 숙박업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AI 에이전트가 가져올 변화의 진짜 무게는 '예약'이 아니라 '운영' 쪽에 있다.

1년 전 이 지면에서 'AI 에이전트가 바꿀 여행업의 미래'를 다뤘을 때만 해도 AI 에이전트 기술은 잠재력의 영역에 가까웠다. 지금은 다르다. 산업 현장에서 본격적인 적용이 시작되고 있다.

숙박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수기·아날로그 업무의 비중이 유독 높다. 숙소 한 곳이 5~10개의 온라인 여행사(OTA)에 가격을 따로 입력하고, 채널마다 들어오는 예약을 손으로 점검하며, 정산은 엑셀로 한 줄씩 맞춰가는 풍경이 예외가 아니다. AI 에이전트가 가장 빠르게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이다.

당사 사례 하나를 공유한다. 최근 사내 여행사업부의 비개발자 운영 인력들이 직접 AI 에이전트 기반 워크플로를 만들어 업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클로드 코드 같은 도구로, 수기로 처리하던 다양한 채널의 예약 확인과 판매·정산 보조 업무를 스스로 자동화한 것이다. 반복 업무 시간이 줄고, 운영팀은 상품 기획과 채널 확장과 같은 핵심 업무에 더 집중하게 됐다. 'AI는 IT부서의 일'이라는 통념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다만 이는 작은 시작일 뿐이다. 진짜 숙제는 데이터 사일로의 해소다. 호텔 한 곳이 쓰는 자산관리시스템(PMS), 채널관리시스템(CMS), 수익관리시스템(RMS) 등 운영 솔루션들은 각각 다른 회사가 만든 독립 시스템이고, 같은 호텔 안에서도 객실·가격·재고·예약 데이터가 서로 다른 언어로 흩어져 있다. 어떤 AI 모델을 붙여도 이 상태로는 호텔 운영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시킬 수 없다.

따라서 AI 모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모델이 일할 수 있는 '데이터의 지도'다. 흩어진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객체간 관계를 정의하는 온톨로지 기반 원천 데이터가 갖춰져야 한다. 호텔이 객실의 집합을 넘어 디지털 트윈으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다. 그 위에서야 비로소 AI 에이전트는 의미 있는 판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이는 기업 차원의 과제가 아니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호텔을 더 짓는다고 풀리지 않는다. 숙박업계는 이미 만성 인력난을 겪고 있고, 객실이 늘어나도 운영할 사람이 없다면 서비스 품질은 무너진다. 3000만명을 받아낼 진짜 인프라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운영 부담을 줄여줄 에이전틱 AI 기술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올마이투어는 '프로젝트 탈로스(Project Talos)'를 진행하고 있다. 온톨로지 기반 호텔 운영 운용체계(OS)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서울 4성급 350실 이상 규모 호텔과 개념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에이전틱 AI·온톨로지 엔지니어가 호텔에 직접 상주하는 전방배치엔지니어(FDE) 모델을 택했다. 솔루션 납품이 아니라, 개별 호텔이 겪는 페인 포인트를 함께 풀어내며 에이전트 기술을 현장에 안착시키는 방식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개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을 파는 단계를 넘어, 디지털 트윈 위에서 판매·객실 배정·예약 관리·청소 동선까지 호텔 운영 전반을 에이전트화해야 한다. 누가 가장 깊이, 가장 현장 가까이에서 이 기술을 구현해 내느냐가 향후 숙박 산업의 판도를 가른다.

1년 전 '그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 시점은 이미 시작됐다. 호텔이 물리적 시설을 넘어 데이터와 에이전트로 작동하는 '운영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시대다.

석영규 올마이투어 대표이사 cmo@allmy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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