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인공지능(AI)이 무정자증 남성의 '숨겨진 정자'를 찾아내 임신에 성공한 사례가 공개됐다. 자연 임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던 부부가 AI 기술 덕분에 첫 아이를 품에 안게 되면서 생식의학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의 제브 윌리엄스 교수 연구팀은 5년간의 연구 끝에 2024년 '스타(STaR·Sperm Track and Recovery)'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무정자증 남성의 정액이나 고환 조직 속에 극소수로 존재하는 '숨겨진 정자'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미국 뉴저지에 거주하는 페넬로페(가명)와 남편 새뮤얼(가명)은 오랜 기간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여러 검사 끝에 새뮤얼은 자신이 클라인펠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클라인펠터 증후군은 남성이 X 염색체를 하나 더 가진 채 태어나는 유전 질환으로, 대부분 정액에 정자가 전혀 없는 무정자증을 겪는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정액에는 1㎖당 수천만 개의 정자가 존재하지만, 무정자증 환자의 경우 정액 샘플에서 단 한 개의 정자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윌리엄스 박사는 스타 시스템이 숙련된 기술자가 수작업으로 찾는 것보다 최대 40배 더 많은 정자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 기술을 적용한 환자 175명 가운데 약 30%에서 실제로 정자를 찾아냈다. 이들은 모두 기존 검사에서 “자신의 정자로는 아이를 가질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던 환자들이다.
새뮤얼의 경우는 더욱 어려운 사례였다. 클라인펠터 증후군 환자는 정액이 아닌 고환 조직에서 직접 정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9개월간 호르몬 치료를 받은 뒤 고환 조직 일부를 채취했고, 연구팀은 여기서 정자 8개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 정자는 아내 페넬로페의 난자에 주입됐고, 배아는 정상적으로 착상됐다. 현재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오는 7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페넬로페는 “배아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임신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기뻤다”며 “이제 태동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정말 임신했다는 실감이 난다. 정밀 초음파 검사 결과도 모두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박사는 “스타 시스템은 초당 300장의 이미지를 촬영하며 수많은 세포 조각과 파편 속에서 정자를 찾아낸다”며 “민감도 100%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샘플 안에 정자가 단 하나라도 존재하면 이를 찾아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의료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민감한 의료 데이터 처리 방식과 환자 기밀 유지, 책임 및 소유권 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BBC는 전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