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이 국내 배터리 장비업계의 신흥 시장으로 부상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글로벌 배터리 투자가 지연되며 수주 공백이 길어진 가운데, 영국 배터리 셀 공장 구축이 속도를 내면서 국내 장비사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 타타그룹 배터리 자회사인 아그라타스는 최근 국내 이차전지 장비 기업에 대규모 장비를 발주했다. 윤성에프앤씨는 497억원, 필에너지는 148억원 규모 장비 공급 계약을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각각 약 50%, 약 45% 수준이다.
고객사를 명시하지 않았으나 아그라타스로 파악됐다. 윤성에프앤씨는 배터리 제조 공정의 가장 앞단에 해당하는 믹싱 공정 장비를, 필에너지는 조립 공정 장비를 턴키 형태로 수주했다. 두 계약 모두 약 2년에 걸쳐 진행된다.
아그라타스는 영국 서머싯 브리지워터 인근에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타타그룹 산하 재규어랜드로버(JLR) 전기차에 탑재될 리튬이온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거점이다. 공장 생산능력은 연간 약 40GWh 규모로, 소형 전기차 기준 약 8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올해 시범 가동을 거쳐 2027년 본격 상업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아그라타스는 영국 외에도 인도에 배터리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윤성에프앤씨, 피엔티, 필에너지, 하나기술, 한화모멘텀 등이 아그라타스 공급망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 공장도 인도 공장과 유사한 국내 장비 공급망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북미와 유럽 배터리 투자 일정이 잇따라 지연되면서 장비업계는 신규 수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아그라타스의 영국 공장 투자는 국내 장비사들이 수주 공백을 메울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영국 전기차 산업 전환 정책도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35년부터 신규 차량 탄소 배출량을 10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법제화한 상태다. 아그라타스 배터리 공장에도 약 3억8000만파운드, 한화 약 7600억원 규모를 지원한다.
다만 아그라타스의 상업 생산이 계획대로 이뤄질지가 남은 변수다. JLR의 레인지로버 출시 일정이 당초 2025년 말에서 수개월 밀려 올해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JLR 전기차 판매 수요가 아그라타스 영국 공장의 생산능력에 맞춰 충분히 올라올지도 관건이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