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이 임박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 뿌리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멈추면 충격은 2500개가 넘는 협력사로 전이, 반도체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도체 산업은 소부장 업체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가 협력사로부터 소재와 부품을 조달하고, 이를 첨단 장비에 투입해야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강건한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 중요한 이유다.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삼성전자 협력사는 2503개사다. 직접적인 거래 관계인 1차 협력사가 1061개사, 2·3차 협력사도 693개사다. 삼성전자와 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중견·중소 기업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수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국내 제조 중소기업 상당수와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총파업으로 반도체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삼성전자 협력사 타격은 불가피하다. 반도체 생산 라인에 소·부품을 공급하고,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장비사에게 가동 중단은 매출 절벽으로 이어진다. 특히 영세한 2·3차 중소 협력사는 단기적인 납품 중단이 경영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중소 업체를 중심으로 고용 불안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 라인 1개는 약 3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이 멈춰설 경우 비정규직과 파견 인력부터 고용 불확실성이 높아지게 된다.
소부장 연쇄 위기는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약화를 촉발하는 요인이다. 삼성전자 개별 기업의 반도체 생산 차질을 넘어 소부장 생태계 균열로 번질 수 있다.
소부장 업계 관계자는 “수백 개의 기업이 얽혀 있는 반도체 공정은 하나만 어긋나도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며 “하부 구조를 지탱하는 중소기업은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 소부장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부장 산업은 고객사에 제품을 적기 공급하고, 긴밀한 유지·보수를 제공하는 게 핵심 경쟁력이다. 총파업으로 인한 가동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이는 해외 경쟁사에게 사업 기회를 빼앗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부장 기업 성장 동력이 위축된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수익성이 악화된 협력사가 생존을 위해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R&D)과 투자를 연기하면 국내 반도체 경쟁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산업 주도권 상실을 초래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부장 기업이 기술 국산화를 위해 수십년간 노력해 왔는데, 한번 무너진 신뢰도는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다”며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