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최종 협상이 결렬, 총파업 위기가 현실화됐다.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경제적 손실을 넘어 반도체 공급 안정성과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시 1분당 수십억원 피해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13일 정부 중재 하에 열린 사후조정 최종 결렬을 선언하며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은 4만1000명”이라며 “현재 사측 안건으로 봤을 때는 (총파업 참여 인원이) 5만명 이상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총파업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5만명 이상이 총파업에 동참할 경우 삼성전자가 국내에 가동 중인 경기 화성·평택·기흥 반도체 공장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도체 생산 라인은 1년 365일 내내 멈추지 않고 운영되는 초정밀 연속 공정이다. 웨이퍼 투입 이후 반도체 최종 생산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된다.
수백개의 공정이 이뤄지는 동안 미세한 온도 변화나 전력 공급 중단 등 요인으로도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총파업으로 반도체 생산 라인이 일제히 멈춰서면,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는 “파업 시작 이후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장비나 시설 등에서 문제가 하나라도 발생하면 집적 공정 특성상 라인 전체가 정지될 수 있다”며 “제조 과정에 있는 웨이퍼를 모두 폐기하는 등 양산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총파업으로 인한 손실 규모를 최대 4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조가 자체 추산한 생산 차질 규모만 20조∼30조원 수준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장 가동 중단시 분당 수십억원, 일일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라인은 가동 중단 이후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 막대한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설비 재가동과 수율 회복 비용 등을 합산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2007년 기흥캠퍼스 4시간 정전으로 약 400억원, 2018년 평택캠퍼스 30분 정전으로 500억원의 피해를 입은 바 있다. 18일 동안 전개되는 총파업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국가 경쟁력까지 흔들린다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에 따른 유형적 손실 이외에 무형적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납기 차질과 고객사 피해 등으로 중장기적·불가역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빅테크는 공급망 회복 탄력성을 핵심 평가 항목으로 삼고 있어 생산 중단이 글로벌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뢰도 훼손으로 고객사가 이탈, 삼성전자 이외 다른 반도체 제조사로 공급선을 대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 상실로 직결된다.
국가 경제 전반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수출을 떠받치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할 때, 거시 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78%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 25.7%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 자본 시장 전체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개별 기업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전례 없는 호황기에 진입했다.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글로벌 빅테크·정보기술(IT) 기업은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은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밀어붙일 경우 AI 전환기에 반도체 초호황 수혜를 누리지 못할뿐만 아니라 산업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이유다. 노조가 총파업에 앞서 국가 반도체 경쟁력에 미칠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전 장관은 “파업으로 인한 반도체 공급 불이행과 신뢰도 상실은 삼성전자 노사 모두에게 손해”라며 “노사의 원만한 합의만이 신뢰도 추락을 막을 수 있다”고 주문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