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허용 지역에서 완전 페지국가로 '정치적 망명' 신청

임신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앞둔 미국 텍사스주 남성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이탈리아로 도주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남성 리 몽거슨 길리(39)는 지난 2024년 임신 중이던 아내와 태아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살인사건 피고인이다.
오는 29일 해리스 카운티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던 길리는 법원 명령으로 착용 중이던 GPS 발목 모니터를 끊고 위조된 벨기에 여권을 사용해 이탈리아 밀라노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길리가 범죄를 저지른 텍사스주는 올해에만 벌써 3명의 사형을 집행한 사형 허용 지역이다. 그는 검찰이 사형을 구형 가능성이 제기되자, 사형제를 완전히 폐지한 이탈리아로 도피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지난 2024년 10월 7일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길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휴스턴 하이츠 지역의 한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아내 크리스타를 발견했다. 크리스타는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3시간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목과 등 윗부분의 압박'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사건 발생 이틀 후 남편인 길리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길리는 100만 달러(약 14억 900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전자발찌 착용 조건으로 풀려났으나, 재판을 앞두고 이달 초 캐나다를 거쳐 이탈리아로 도주했다.
위조 여권 사용으로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서 국경 경찰에게 붙잡힌 길리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미국에서 아내에 살해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억울하게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미국과 이탈리아는 1983년 공식적인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했으나, 사형제를 엄격히 반대하는 이탈리아법에 따라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자는 인도하지 않고 있다.
길리의 변호인 모니카 그로소는 “미국 검찰이 공식적으로 사형을 구형하지는 않았지만, 사형 선고가 가능한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 자체가 인도 거부 사유가 된다”며 망명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지난 1993년 미국 플로리다주 세무 공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살인범 피에트로 베네치아가 사형 가능성으로 인해 인도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 그로소 변호사는 이 사건을 언급하며 길리를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법원은 체포의 정당성을 승인하며 구금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길리는 이번 도주로 얼마간의 시간을 벌게 됐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정치적 망명 신청 재판의 대기 기간은 보통 4년 이상이다. 특히나 정치범, 가자지구 난민 등에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실제 인도가 이뤄지더라도 형량 재판을 받는 기간은 더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