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체인, 즉 냉장·냉동 유통망 없이도 바이오의약품을 전달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오상록)은 이효진 생체재료연구센터 박사팀이 나노다공성 기반 바이오의약품 전달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기존 바이오의약품은 영하 수십 도 콜드체인이 필수다. 상온 노출시 단백질이 변성되고 유전자 편집 기능이 사라진다. 동결건조 기술이 있지만 생체분자 구조가 변형돼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보관·유통 비용이 전체 치료비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냉장 인프라가 없는 지역에서는 치료 접근 자체가 차단된다.

연구팀은 '동결건조가 끝난 뒤에도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집중, 플랫폼을 설계했다.
동결보호제 조성과 나노입자 구조를 동시에 최적화해,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고 다공성 구조를 가진 나노 전달체를 설계했다. 이 구조는 유전자 편집 물질을 내부에 안정적으로 포집하며, 건조 상태에서 보관 후 물을 만나는 순간 구조·기능을 빠르게 회복한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로 편집한 물질을 적용해 성능을 검증했다. 동결건조 후에도 유전자 편집 기능의 약 70%가 유지됐고, 상온 90일 보관 후에도 생체분자 기능이 정상임을 확인했다. 상온 노출 수 시간 만에 기능을 잃는 기존 제품과 비교하면 질적으로 다른 수준이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냉장 인프라가 없는 농촌·도서 지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도 백신과 치료제를 유통할 수 있다.
이번 플랫폼이 단순한 보관 기술과 다른 점은 전달 기능을 내장했다는 데 있다. 나노다공성 구조가 생체분자의 세포 내 이동을 촉진하며, 피부에 붙이는 미세바늘 패치와 결합하면 주사 없이 스스로 치료제를 투여하는 자가 치료 시스템으로도 확장된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주사를 맞지 않아도 치료받을 수 있는 시대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셈이다.
이효진 박사는 “유전자 치료제의 가장 큰 벽이었던 보관 안정성과 전달 효율 문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동시에 해결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라며 “콜드체인 없이도 바이오의약품이 필요한 곳 어디서든 쓰일 수 있는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속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