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의 대표 시사 주간지 '레스프레소(L'Espresso)'가 공개한 표지 사진이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레스프레소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학대'라는 제목의 표지를 공개했다. 표지에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긴장한 팔레스타인 여성을 향해 휴대전화를 들이대며 웃고 있는 이스라엘 군인의 모습이 담겼다. 사진과 함께 “서안지구 점령은 정착민과 결탁한 군인들에 의해 이뤄졌다”는 문구와 함께 가자지구, 레바논, 시리아, 이란까지 이어진 군사 충돌 상황을 언급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특히 기사에서는 '대이스라엘(Greater Israel)' 구상을 언급하며 이를 시온주의 우파가 추구하는 확장 전략으로 규정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단순한 안보 대응이 아닌 이념적 프로젝트로 해석한 것으로, 논란을 더욱 키웠다.
서안지구는 약 300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의 점령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착촌 확대와 극단주의 정착민의 폭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수천 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인이 강제 이주했으며, 사망자 수도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수년간 발생한 사망 사건 가운데 실제 수사와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표지가 공개되자 이탈리아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고정관념과 증오를 조장하는 조작된 이미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후 동일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실제 상황이라는 점이 확인됐고,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군과 정착민의 행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그간 군사 작전을 자위권 차원으로 강조해왔으나 이번 논란을 계기로 유럽 내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도 이례적인 조치를 내놨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14일 “현재 상황을 고려해 이스라엘과의 국방 협정 자동 연장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협정은 군사 물자 교류와 공동 훈련, 방산 협력 등을 포함한 것으로, 그동안 친이스라엘 성향으로 평가받던 이탈리아 정부의 입장 변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표지 논란은 단순한 이미지 논쟁을 넘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둘러싼 인권 문제와 국제사회의 시각 차이를 다시 한번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