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서 꽃피운 韓 시험인증…60돌 맞은 'KTL', AI 신뢰성 국제 표준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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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L 직원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KTL)

13일 창립 60주년을 맞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새로운 도약의 핵심 화두로 '인공지능(AI) 신뢰성'을 꺼내 들었다. 지난 60년간 대한민국 산업화 품질을 책임져 온 역량을 바탕으로, 이제는 AI 국제표준 제정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KTL은 1966년 우리 정부와 유네스코(UNESCO)가 공동 설립한 '한국정밀기기센터(FIC)'에 뿌리를 둔 국내 유일의 공공 종합 시험인증기관이다. 구로수출산업단지에서 척박했던 국내 산업의 기틀을 닦았고, 2015년에는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하며 지역 특화산업 육성에도 앞장서 왔다. 시대별 소명을 다해온 KTL은 이제 단순 품질 검증을 넘어,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녹아드는 '뉴 스페이스'와 '디지털 전환' 시대의 기술 주권 확보를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의 시험인증 산업은 단순히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후행적 규제에서 벗어나, 신기술 개발 단계부터 제품 출시까지 혁신을 촉진하는 핵심 인프라로 진화했다. KTL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M.AX) 제조서비스 얼라이언스의 표준분과 간사기관으로서 현장 맞춤형 AI 표준 제정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로봇, 가전, 미래차, 자율운항선박, 바이오, 방산 등 미래 신산업 전 분야에서 AI 시스템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성능 평가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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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L 직원이 전기차(EV) 전장품을 대상으로 전자파잔향실(Reverberation Chamber)에서 고출력 전자파 내성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원스톱' 지원 체계도 한층 고도화됐다. 글로벌 규제에 발맞춰 '산업인공지능국제인증' 지원을 시작해 현재까지 총 10건의 인증서를 발급하며 국내 기준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기업들이 개발 초기부터 신뢰성을 자가 점검할 수 있도록 'AI 표준 가이드'를 제공하고, 음성 AI 명료도 측정이나 AI 기반 CCTV의 위험 추론 성능 평가 등 현장 밀착형 성능 평가를 통해 우리 기업의 기술 객관성을 입증하고 있다.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의 확장이다. KTL은 독일, 스위스 등 유럽 주요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AI 국제표준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특히 2025년 스위스 시험인증기관(CertX)과 체결한 상호인정협약(MRA)은 국내 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로 해외 기관의 국제 인증서를 발급받는 첫 사례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은 AI 융복합 제품 수출 시 겪는 인증 애로와 비용,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KTL은 내부적으로도 인공지능을 경영에 도입해 '가짜 일'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장비 데이터 수집을 자동화하고 성적서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활용하는 등 디지털 전환(DX)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 노력은 2025년 정책소통 유공 대통령 표창 수상과 역대 최고점인 정부고객만족도(90.5점) 획득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KTL 관계자는 “규제와 표준을 선점하는 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주도하는 시대”라며 “현장에서 실증된 평가 방법을 바탕으로 국제표준 개발을 주도해, 우리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수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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