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혁신의기술] 〈50〉AI의 속도, 기술의 '가속'보다 중요한 것은 받아들이는 '자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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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지난 (상)편에서 기술 가속의 시대에 개인이 갖춰야 할 무기로 '날카로운 질문력'과 '비판적 수용 태도'를 제안했다면, 이제 논의를 한 단계 확장해보자. 인공지능(AI)이 내놓는 정답이 정교해질수록 그 답이 향하는 목적지를 묻는 인간의 주체성이 혁신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자세가 준비되었을 때, 그 자세가 작동할 '무대'인 조직과 시스템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첫 번째, 도로는 확장보다 '동선'의 재설계가 우선이다.

4월 현재, 우리는 AI가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계획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대를 살고 있다. 이 거대한 전환 속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구조적 재설계'다.

도시 공학에는 '유발 수요'라는 개념이 있다. 도로를 넓히면 오히려 차량이 늘어나 정체가 재발하듯, AI의 처리 능력만 키우면 업무량만 팽창할 뿐 조직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과거의 AI 도입이 골목길에 고성능 차량을 투입하는 일이었다면, 지금 필요한 AI 전환(AX)은 도시 전체의 동선을 다시 그리는 일이어야 한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업무 환경의 '기반 시설'로 인식하고 그 위에서 인간의 역할을 새로 정의해야만 기술의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두 번째, 리더의 역할이 '제작'에서 '설계와 검증'으로 변화했다.

여기서 설계자의 언어인 '디자인 씽킹'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디자인 씽킹의 핵심은 기술적 구현 가능성 이전에 '인간 중심의 공감'과 '문제 정의'를 우선시하는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코딩, 보고서 작성, 시장 분석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 리더의 워크플로는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가?

답은 '제작'에서 '설계와 검증'으로의 이동이다. 과거의 워크플로가 '자료 수집→분석→보고'였다면, AI 시대는 '문제 정의→AI 실행 위임→가치 판단 및 방향 재설정'으로 변모해야 한다. 첫 번째 단계는 “AI에게 무엇을 시킬까”가 아니라, “우리가 해결하려는 이 문제가 정말 본질적인가”를 묻는 과정이어야 한다. 최적의 해답을 찾는 것은 AI의 몫이지만, 그 해답이 올바른 방향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통제' 대신 '명확한 원칙'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AI 비서를 넘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협업하는 AI 에이전트 군단을 운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MS)는 인간이 핵심 의사결정 지점에서 승인하는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 구조를 표준으로 제시한다. 글로벌 컨설팅펌인 딜로이트(Deloitte)의 2026년 테크 트렌드 리포트 역시 AI의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필요한 것은 '정교한 통제'가 아니라 '명확한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이제 AI의 모든 과정을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AI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되, 결과에 최종 책임을 지는 주체로서 기술의 판단 근거를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투명성을 조직의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것, 이것이 에이전틱 AI 시대의 새로운 거버넌스다.

워크플로 혁신의 목표는 효율성 극대화가 아니라 조직의 핵심 가치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효율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AI가 선사한 '시간적 여유'를 다시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는 데 투입한다면, 우리는 기술의 가속에 질식하고 말 것이다.

기존에 강조한 개인 차원의 '비효율의 가치'는 조직 차원에서 '여백의 설계'로 번역된다. 구글의 '20% 타임'처럼 조직 내에 의도적으로 비구조화된 시간을 배치해야 한다. 더 깊이 공감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대담하게 상상하는 시간. 이 인간적 영역이 워크플로의 핵심 자리를 차지할 때, 비로소 우리는 기술을 리드하며 진정한 혁신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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