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2.5% 동결…이창용 “중동 리스크에 금리 경로 논의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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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하고, 중동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향후 금리 경로에 관한 선제 안내(포워드 가이던스) 제시를 유보했다. 공급 충격이 물가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급변하고 있어 단기적인 정책 방향 설정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이 장기화해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경우에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원 7명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핵심은 향후 금리 향방을 가늠할 '선제 안내'가 생략된 점이다. 이 총재는 “최근 몇 주 동안 중동 상황에 따라 경기 변수가 너무 급격히 변동했다”며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자리를 잡아야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이번에는 3개월 내 금리 인상·인하 여부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상승하는 경기 침체(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관련해 “현시점에서는 가능성이 작다”고 진단했다. 다만 에너지 인프라 파괴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기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비교해 현재는 물가와 경기 간 상충 관계가 심화해 정책 결정 난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고환율 국면은 외국인 주식 매도가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외국인 주식 매도액은 478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규모인 70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이 총재는 중동 사태가 안정되면 환율도 빠른 속도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서는 초과 세수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예산 배분의 경직성을 지적했다. 이 총재는 “추경안에 포함된 지방 교육 재정 교부금 4조8000억원이 초중고교 교육 예산으로 가는 것이 경기 대응 목적에 합당한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수도권 집중 현상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 총재는 “주택 가격 상승이 다른 자산 수익률을 앞지르는 구조는 자본 배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계대출 제한에 따른 실수요자 불편은 지난 수십 년간 방치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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