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섞을수록 강해지는 '高엔트로피' 설계로 수소 생산 3배↑

보통 물질을 섞으면 불안정해지지만, 더 많이 섞을수록 오히려 안정되는 '고엔트로피' 현상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연구진이 이를 이용, 전지 안에서 수소 이온이 더 잘 움직이고 반응하게 해, 빠르고 효율적인 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

KAIST는 이강택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엔트로피를 극대화하는 설계 기반의 '산소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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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엔트로피 이중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모식도와 고엔트로피 신소재 결정구조, 고엔트로피 신소재 원소 분포 이미지.

연구진은 전극 구조 내 금속 원소가 들어가는 자리에 7종 금속 원소를 동시에 도입한 '고엔트로피 이중 페로브스카이트 산소 전극'을 설계했다. 이 전극은 금속·산소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기반으로, 서로 다른 금속이 함께 들어간 '이중 구조'에 여러 원소를 섞은 고엔트로피 설계를 적용한 것이다. 다양한 금속이 뒤섞이면서 전극 내 전하 이동과 산소 관련 반응이 더욱 원활해지고, 전기 생산 및 수소 생성 반응이 더 빠르게 일어난다.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 결과, 전극 내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빈자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산소 결함 형성 에너지가 기존보다 60% 이상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TOF-SIMS(물질 내부에서 이온 분포·이동을 확인하는 분석 기법) 분석 결과, 수소 이온 이동 속도도 기존보다 7배 이상 빨라졌다. 이는 전극 내부에서 수소 생성 과정이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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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이강택 KAIST 교수, 오세은 박사과정생, 정인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성능 역시 향상됐다. 새 전극을 적용한 전지는 650도에서 기존보다 약 2.6배 높은 전력 밀도를 기록했으며, 수소 생산 성능도 약 3배 향상됐다. 이는 같은 조건에서 더 많은 전기·수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500시간 동안 진행한 수증기 조건 테스트에서도 성능 저하가 0.76%에 그쳐, 장시간 사용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함을 확인했다.

이강택 교수는 “엔트로피라는 열역학 개념을 활용해 전극의 반응성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그린수소 생산 효율을 크게 높여 수소경제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은 KAIS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정인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어드벤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 지난해 12월 16일 자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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