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승강제, 혁신기업 낙인효과 우려”…벤처업계 신중한 설계 요청

혁신벤처단체협의회(혁단협)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코스닥 승강형 세그먼트 도입 방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정책의 정교한 설계를 요청했다. 코스닥 시장 구조를 인위적으로 구분하는 방식이 시장 왜곡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혁단협은 3일 입장문을 통해 “코스닥이 혁신기업 성장시장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 개혁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코스닥 시장을 인위적으로 재편하는 방식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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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벤처단체협의회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3월 18일 자본시장을 '혁신시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설정하고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 등으로 구분하는 승강형 세그먼트 도입 방향이 제시된 바 있다.

혁단협은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취지와 혁신금융시장 활성화 의지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코스닥 시장 구조를 인위적으로 구분하는 방식이 시장 가치 제고보다는 투자자본 흐름을 재배치하는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스닥이 성장성과 혁신성을 기반으로 기업이 미래가치를 평가받는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기 실적이나 규모 중심의 전통적 평가 기준으로 접근할 경우 코스닥 설립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혁단협은 코스닥이 코스피의 하위 시장이나 예비시장처럼 인식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이 경우 벤처기업의 주요 회수시장으로서 코스닥의 기능과 철학이 약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스탠다드'군으로 분류되는 기업에 대한 낙인 효과도 문제로 지적됐다. 제도 설계 의도와 관계없이 시장에서는 해당 기업군을 비우량 기업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유동성 위축과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편입 기준 역시 코스닥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시가총액이나 영업실적 중심 기준이 적용될 경우 대규모 선행 투자와 장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한 바이오, 인공지능(AI), 반도체, 딥테크 기업이 구조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혁단협은 “혁신기업은 단기 실적이 아니라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획일적인 기준이 적용되면 오히려 혁신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IPO 시장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신규 상장기업이 상장 직후 프리미엄군에 편입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될 경우 국내 상장의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해외 상장 확대나 상장 연기 등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벤처 투자 생태계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투자자 측면에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스탠다드군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자금이 이탈할 경우 시장가격의 자율성과 예측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으며, 이는 개인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혁단협은 “코스닥 개혁은 단순한 시장 구분에 그쳐서는 안 되며 혁신기업의 성장과 회수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시장 기능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개혁이 코스닥 위상을 높이고 벤처 생태계 선순환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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