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 이야기]〈82〉도구가 동료가 된 시대, 사람의 질서는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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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2026년, 당신의 회의실에는 몇 명이 앉아 있는가. 다섯 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중 몇 명은 이미 AI 에이전트와 함께 보고서를 쓰고, 코파일럿의 설계를 검증하며, 챗봇이 잡아준 초안을 다듬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도구를 사용하는 시대를 지나, 도구와 함께 일하는 시대에 들어왔다. 예전의 도구가 손의 연장이었다면, 지금의 도구는 정리하고, 분석하고, 추천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때로는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한다. 이제 도구는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어떤 영역에서는 이미 동료처럼 기능하고 있다.

많은 사람은 이 변화 앞에서 먼저 두려움을 느낀다. 인간의 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고, 결국 사람은 기계에 밀려날 것이라고 걱정한다. 물론 그 불안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질문을 조금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도구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가 아니라, 도구가 동료가 된 시대에도 사람은 무엇으로 사람답게 남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기계는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할 수 있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지치지 않는다. 생산성과 효율만 놓고 보면 이미 많은 영역에서 인간보다 낫다. 하지만 공동체는 생산성과 효율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일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나누고, 갈등을 견디고, 약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며,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질서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이 질서는 아직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도 끝내 대신할 수 없을지 모른다. AI는 결론(Output)을 내놓지만, 그 결론에 따른 고통이나 실패의 비용을 나누어 짊어지는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질서는 기능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성과가 부족한 사람을 어디까지 기다릴 것인가. 당장의 이익보다 오래 함께 가는 선택을 할 수 있는가. 더 빠른 정답이 있는데도,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답을 찾기 위해 한 번 더 대화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다. 그리고 공동체는 언제나 관계 위에서 지속한다. 도구가 동료가 된 사회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은, 효율을 질서로 착각하는 것이다. 일이 빨리 처리되면 좋은 운영이라고 믿고, 데이터가 정교하면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하며, 자동화가 많아질수록 조직이 성숙해진다고 여긴다.

하지만 효율은 질서의 일부일 뿐, 질서 그 자체는 아니다. 효율은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방향을 정하지는 못한다. 처리량은 늘릴 수 있지만, 책임의 무게를 대신 짊어지지는 못한다. 결과를 예측할 수는 있어도, 그 결과를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까지 결정하지는 못한다.

결국, 사람의 질서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감당하기로 한 보이지 않는 약속들에 가깝다. 책임을 미루지 않는 태도, 공을 독점하지 않는 태도, 약한 연결을 쉽게 끊지 않는 태도,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기여를 알아보는 태도. 공동체를 지탱하는 것은 늘 이런 것들이었다. 겉으로는 비효율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긴 시간으로 보면 바로 이런 질서가 조직의 수명을 결정해 왔다.

나는 도구가 동료가 되는 흐름을 거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막아야 할 미래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실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것이 있다. 기계가 더 많은 답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사람은 더 좋은 답을 넘어 더 함께 살 수 있는 답을 찾아야 한다. 기술은 일을 처리할 수 있지만, 함께 살아갈 이유까지 만들어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리더의 역할은 더 정교한 도구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해진 도구들이 인간이 만든 따뜻한 질서 안에서 작동하도록 울타리를 치는 일이다. 기술이 우리를 앞서갈수록, 우리는 더 인간적인 속도로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

함성룡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상임이사(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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