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가까워지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우리는 늘 비슷한 질문을 반복한다. 어느 도로를 넓힐 것인가, 어느 역을 유치할 것인가. 물론 중요한 일이다. 지방정치는 시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작동하며, 생활 인프라와 예산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2026년 지방선거에서도 그런 질문만 던진다면, 우리는 시대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후보들에게 물어야 할 것은 인공지능(AI)이 바꾸고 있는 사회 구조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다.
AI는 더 이상 먼 미래 기술이 아니다. 이미 감시의 눈이 되었고, 무기의 두뇌가 되었으며, 진실을 흔드는 딥페이크의 공장이 되었고, 일자리를 재편하는 거대한 필터가 되었다.
카메라는 단순히 기록하는 장비가 아니라 얼굴과 행동, 동선과 습관을 해석하는 기계가 되었고, 알고리즘은 사람을 분류하고 예측하며 때로는 의심한다. 중국은 걸음걸이만으로 시민을 식별하는 AI를 운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라벤더' 시스템은 알고리즘이 지목한 표적을 인간이 고작 20초 만에 승인하는 구조로 가자지구에서 작동했다. 이것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은 국경을 모르며, 서울 한복판의 스마트시티 사업에도 같은 논리가 스며들고 있다.
많은 사람은 AI 문제가 중앙정부나 글로벌 빅테크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민이 감시를 처음 체감하는 곳도 지방 행정이고, 교육과 복지, 일자리와 치안의 변화가 가장 먼저 피부에 닿는 곳도 지방이다.
일자리 문제는 특히 절박하다.MS의 6000명 해고는 실적 부진이 아니라 AI의 업무 대체 때문이다. 20년 경력의 노하우를 AI는 20분이면 학습한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3억 개 일자리가 AI에 의해 영향받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런데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집에서 'AI 시대 직업 전환 지원'이라는 문장을 찾을 수 있는가. 대부분은 주차장 확충과 공원 조성 사이 어딘가에서 멈춰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 예찬이 아니다. “AI 도시를 만들겠다”는 선언은 너무 쉽고, 대개는 비어 있다.
필요한 것은 이해와 통찰, 그리고 책임이다. 후보는 답해야 한다. 공공 감시 시스템이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어떤 통제 장치를 둘 것인가. 딥페이크와 허위 정보가 지역 공동체를 흔들 때 어떤 대응 체계를 만들 것인가. 자동화로 밀려나는 노동자들에게 어떤 재교육과 안전망을 제공할 것인가. AI 인프라가 전력 소비와 환경 부담을 키울 때 개발과 지속 가능성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학교와 도서관에서 AI 리터러시 교육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공공 의사결정에서 알고리즘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 멈출 것인가.
좋은 정치인은 모든 기술을 다 아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무엇이 질문이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AI를 도입할 것인가” 단계를 지나, “AI와 함께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묻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 질문은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라 예산, 조례, 행정, 교육, 복지의 언어로 번역돼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번역의 책임이 지방정치에 있다.
도로를 넓히겠다는 약속은 4년이면 검증된다. 그러나 AI가 바꿔놓을 세상은 4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후보에게 물어라. 당신은 이 변화를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의 의무이고, 민주주의가 인공지능 시대에도 작동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