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펄어비스 기대작 '붉은사막'이 20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베일을 벗었다. 방대한 오픈월드와 압도적 비주얼과 액션으로 기대를 모아온 작품인 만큼 실제 완성도에 관심이 쏠렸다.
약 30시간가량 사전 플레이해본 '붉은사막'은 분명 인상적인 게임이다. 펄어비스 자체 개발 '블랙스페이스 엔진'으로 구현한 파이웰 대륙은 현 시점 전세계에서도 대작 사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뛰어난 풍광과 공간 밀도를 보여준다. 광활한 지형과 지역별 분위기 변화,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장면 연출은 순수한 '탐험' 욕구를 자극한다.
무엇보다 기술적 성취는 분명하다. 비교적 고사양이 아닌 게이밍 노트북인 레노버 LOQ 15IRX9로 플레이했음에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최적화가 안정적이었다. 대규모 전투와 오픈월드 탐험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프레임 방어와 전반적 구동 안정성이 준수했다. 단지 보기 좋은 게임에 그치지 않고 실제 플레이 환경까지 고려해 설계된 흔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백미는 전투다. 묵직한 타격감과 다채로운 기술 연계은 지금까지 오픈월드 게임에서 경험해 본적 없는 새로운 재미를 준다. 오픈월드 곳곳에 배치된 콘텐츠 규모도 상당하다. 30시간을 플레이했음에도 여전히 초반부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페이웰 대륙은 넓고 할 일은 차다 못해 넘지다 느껴질 정도로 많다.

문제는 이 방대한 세계를 유저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붉은사막의 방대한 볼륨이 곧바로 높은 몰입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NPC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각종 생활 콘텐츠는 다소 번거롭게 느껴진다. 오픈월드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인물들은 살아 숨 쉬는 존재라기보다는 반복 대사를 출력하는 배경 장치에 가깝게 느껴진다.
서사 전달 방식도 아쉽다. 이야기 자체가 나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플레이어가 서사를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됐는지는 의문이다. 충분한 맥락 설명 없이 사건과 정보가 무작정 던져지는 구간이 적지 않다. 시나리오의 질보다는 이를 게임 플레이 안에서 전달하는 연출과 디렉팅 문제에 가까워 보인다.

사소하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불편도 완성도를 갉아먹는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당장 패치로도 손볼 수 있을 듯한 문제들이다. 그런데 이런 자잘한 불편이 누적되면서 피로감이 커진다. 오픈월드를 누비는 과정에서 플레이 흐름을 부드럽게 이어줘야 할 편의 설계가 자주 끊기고, 몰입해야 할 순간에 시스템의 거친 면이 눈에 밟힌다.
공식 출시전 붉은사막은 장점과 단점이 모두 뚜렷했다. 압도적인 비주얼, 훌륭한 최적화, 넓고 밀도 높은 월드, 강렬한 액션은 분명 강력한 경쟁력이다. 반면 생동감이 부족한 NPC, 다소 부족한 서사 전달방식, 끝없이 마주치는 자잘한 불편은 붉은사막을 걸작 반열에 올려놓기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을 하게 만든다.
잠재력은 충분하다. 출시 이후 펄어비스가 꾸준한 패치와 업데이트로 사용성, 연출, 서사 전달 방식을 정교하게 손본다면 장기적으로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타이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때 혹평 속에 출발했지만 지속적인 개선으로 재평가받은 몇몇 글로벌 대작의 사례를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