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년 전인 1906년, 진폭 변조(AM)를 비롯한 라디오 기술의 선구자 레지널드 페센든은 대서양과 카리브해 연안에 해난 구조신호인 'CQ'를 송출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적막한 바다 위 선원들이 구조신호를 수신할 즈음 투박한 모스부호 대신 감미로운 음악과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시 선원들에게 그 전파는 단순한 신호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전파는 암흑의 영역에 드리우는 '빛'이었고, 바다를 본격적인 인간의 활동 영역으로 편입시킨 역사적 사건이었다.
20세기 초 전파가 암흑의 바다에 길을 내었다면, 21세기 그 빛은 이제 우주의 심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무리 정교한 위성을 쏘아 올려도 통신할 수 없다면 우주는 여전히 단절된 암흑세계일 뿐이다. 그리고 그 암흑을 밝히는 유일한 열쇠가 바로 '전파'다.
최근 금(金) 값이 연일 화재가 되고 있다. 금이 불변의 가치를 지니는 이유는 그 희소성에 있다. 학계에 따르면 금은 지구 내부에서 생성된 것이 아니라, 초신성 폭발이나 중성자별 충돌과 같은 거대한 우주적 사건을 통해 만들어져 지구로 날아온 '외계의 선물'이다.
우주산업의 핵심인 '전파' 역시 이와 유사하게 희소성을 지닌다. 물리적 법칙에 의해 대역별 특성이 이미 정해져 있는 전파 스펙트럼은 인간이 임의로 확장하거나 새로 제조할 수 없는 한정된 천연자원이다. 특히 위성통신의 주력 대역이자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Ku대역(12~18㎓)은 전 세계 위성들의 선점으로 인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세계는 지금 초대형 우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총성 없는 우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스페이스X가 주도한 저비용 발사 혁명은 뉴스페이스 시대의 개막과 동시에 우주산업 패권경쟁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됐다. 10년 전과 비교해 위성 발사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지구 궤도상의 위성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우주산업 규모는 2024년 6130억달러(약 900조원)에서 2040년대까지 1조달러(약 150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우주국(ESA)은 향후 20년간 400개 이상의 달 임무를 지원하기 위한 '문라이트' 프로젝트를, NASA는 달 주변 통신망인 '루나넷'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거대 프로젝트 이면에는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주파수 자원'이 있다.
전세계 전파 혼갑섭 문제와 효율적 활용을 논의하는 유엔(UN) 산하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헌장에는 주파수와 위성 궤도가 한정된 '천연 자원'임을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더 넓고 안정적인 대역을 먼저 확보해 국제적 보호 조치를 받아내는 국가가 우주산업의 상류층을 점유하게 된다.
특히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에서 먼저 진입해 국제 제도 안에서 기득권을 확보한 사업자와 후발 주자의 격차는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진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총 100기 이상의 초소형 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인 우주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본격적인 독자 위성망 구축보다 선행해야 할 것이 위성 주파수와 궤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다. 아무리 훌륭한 위성을 만들어도 이를 운용할 '전파 영토'가 없다면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국제 전파질서 속에서 유리한 대역을 확보하고, 서비스의 국제적 보호를 끌어내는 '스펙트럼 외교력'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또 우주산업 정책은 제조 역량을 넘어 전파정책과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 위성과 지상망의 공존과 공동이용 연구는 물론, 과거 5G에서 핫스팟 용도로 검토됐던 mmWave(28㎓) 대역 등을 위성 통신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판단도 필요하다. 전파는 보이지 않지만, 우주 영토의 국경선을 긋는 가장 날카로운 펜이다. 지금이 바로 우주의 보이지 않는 길을 개척해야 할 대한민국 우주 경제의 골든타임이다.
이문규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학술부회장 mqlee@uo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