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지주화·코스닥 분리' 놓고 '찬반 격돌'…청와대도 추가 의견 수렴 나서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코스닥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 운영하는 방안이 정치권과 정부를 중심으로 논의되면서 업계 내 찬반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구조 개편이라는 기대와 시장 분리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맞서면서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청와대도 추가 의견 수렴에 나서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2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코스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는 내용을 포함한 자본시장 구조 개편안을 논의 중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독립적 운영체제를 갖춰 상장·공시·퇴출 기준을 시장 특성에 맞게 설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관련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거래소 전반의 제도 개혁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여당 차원에서 구체화된 입법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Photo Image
사진=한국거래소

정부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코스닥도 코스피처럼 제도 개선과 변화가 필요하다”며 기관투자자 비중 확대와 대규모 펀드 조성을 통한 시장 안정성 제고 필요성을 언급했다.

벤처업계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코스닥의 독립성과 정체성을 강화해 혁신·기술기업 중심의 스케일업 플랫폼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코스닥이 개인투자자 중심의 단기 매매 시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독립 운영과 함께 연기금 등 장기 기관자금 유입 확대, 펀드 조성 등 제도 개선도 같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업계는 최근 일부 유니콘급 기업이 나스닥 등 해외 상장을 검토하고, 코스닥 대표 기업의 코스피 이전 사례가 이어지면서 시장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코스닥을 혁신기업 전용 플랫폼으로 재정립해 대규모 자금 조달과 기업가치 제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방향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정부와 협의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역시 “거래소 혁신 방향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시장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코스닥 상장 유지 요건 강화와 부실 기업 퇴출이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까지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시각이다.

거래소 내부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는 “코스닥 분리는 상장 남발과 투기를 부르는 '닷컴버블의 재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장 감시 기능이 약화되고 관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청와대는 업계 대표자들을 잇달아 만나 의견 청취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에서도 업계 대표자들을 통해 찬반 의견을 상세하게 들었다”며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가 큰 만큼, 향후 구체적 설계와 입법 과정에서 속도 조절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브랜드 뉴스룸